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개최한 ‘노동시장구조개혁 정책제언 보고대회’. 이 보고대회는 중기중앙회가 한 컨설팅업체에 맡긴 ‘노동시장구조개혁’ 연구결과를 발표하기 위한 자리였다. 연구결과 발표에 앞서, 이날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연구용역의 객관성·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에 의뢰했으며, 자신들은 연구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이어진 발표에서 롤랜드버거 서울사무소 이수성 대표는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보다는 양극화 해소에 집중하고 있어 정책균형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폭과 관련, 타당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며 산정기준을 재수립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해 노사합의시 1주 최대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고 경직성과 관련해서는 연공제 임금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성과중심 평가제도를 도입, 해고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정리하면 이러한 ‘친노동’ 정책이 기업경영에 부담을 줘, 중소기업이 경쟁력과 생존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발표내용의 골자였다.

이는 ‘글로벌 컨설팅업체’라는 타이틀을 제외하면, 전혀 새로운 사실이나 견해도 아니다. 자본·주주와 노동, 어느 편 ‘정서’에 동조하는가에 따라 각각 다른 진단과 해법이 나온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주장은 ‘자본·주주’의 입장을 대변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를 ‘친노동’으로 규정하는 재계의 기존 시각을 토씨하나 고침없이 반복한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개최한 ‘노동시장구조개혁 정책제언 보고대회’에서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는 ‘친노동’ 정책이 기업경영에 부담을 줘, 중소기업이 경쟁력과 생존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연구결과를 내놓는다.   ©중기이코노미

친노동 정책이 중소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 대표가 지적한 ‘수직·종속적 원하청관계’ 역시 중소기업 경영을 어렵게 한다. 롤랜드버거의 보고서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날 이 두가지 부문 모두 진단과 해법이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롤랜드버거 보고서는 대·중소기업간 불균형·불공정을 지적했음에도, 그에 대한 해법은 단 한마디도 얘기하지 않았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고용 안정성 등 친노동 정책의 문제점만을 지적하면서, ‘자본·주주’ 입장만을 고려했을 뿐이다. 롤랜드버거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한국사회 산업생태계 반쪽에 눈을 감은, 그야말로 반쪽짜리 보고서가 됐다.

반쪽보고서는 이미 예정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이 대표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연구결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중요한 키워드 두개를 제시했다. 하나는 롤랜드버거의 주요 클라이언트가 대기업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연구가 중소기업 입장에서 진행했다는 점이다. 대기업 입장을 대변해 왔던 롤랜드버거는 비용전가 등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개선할 해법을 찾지 않았던 셈이다.

이번 연구용역을 발주한 중기중앙회는 정부지원을 받는 법정단체다. 이름 자체만으로도 중기중앙회는 대기업과는 사정이 다른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이해를 우선시하는게 존재목적이다. 또 국민세금을 지원받는 이유도 대기업과는 상대적으로 시장지위가 취약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시장경쟁력을 강화할 이런저런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등을 고려할 때, 문득 드는 의구심은 ‘노동시장구조개혁’ 연구과제를 롤랜드버거에 의뢰한게 타당했는지다. 중기중앙회가 롤랜드버거에 대기업의 이해와 상충되는 연구결과를 기대했다면 무지했거나, 선의로 해석하면 ‘실수’다. 만약 롤랜드버거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반쪽자리 보고서가 나왔다면, 보고대회를 취소했어야 온당하다. 객관성·공정성 확보를 위해 고심했고,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는 등의 변명까지 곁들여 불필요한 논쟁과 혼란을 초래할 일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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