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산업 발전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민관거버넌스 조직으로 개혁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공공기관 성격의 출판문화산업산업진흥원이 사업을 주도하는 방식으로는 출판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없고, 출판 관련전문성도 확보하기 어렵다는게 이유다. 반면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관료주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같이 하면서도, 민관거넌스만으로는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전문성 부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도서정가제도 보완 및 정착, 출판산업 종합통계시스템을 구축해 출판유통을 현대화함으로써 침체된 출판산업에 생기를 불어넣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근 국회에서 개최된 ‘출판문화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편집문화실험실 장은수 대표는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민관거버넌스 형태로 전환하고 출판전문가 등 민간참여를 보장해 출판산업에 대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17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김민기, 신동근 의원이 주최한 ‘출판문화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

장 대표는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직원중 석박사급 연구인력과 출판 관련경험자가 부족해, 자체 연구보고서나 정책자료 생산능력이 취약하다”는 지적과 함께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전문성을 높여 조사연구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장 대표는 “어떤 책이 어디서 얼마나 팔렸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아, 출판업계와 정부가 실효성 있는 산업진흥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출판산업 종합통계시스템을 구축해 출판유통을 현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 도서정가제 도입 취지와 달리 카드할인을 인정함으로써 도서정가제를 통한 출판산업보호라는 본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문제제기도 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개혁=2012년 출범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세종도서 블랙리스트 사건 등으로 인해 지난 6년간 출판계와 지속적인 갈등관계를 유지했다. 세종도서는 출판문화진흥원이 선정한 도서를 종당 1000만원 이내로 구입, 전국 공공도서관 등에 비치하는 출판지원사업이다. 세종도서 블랙리스트 사건은 박근혜 정부(2014~2105) 당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세종도서를 최종 선정할 때,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 등 22종의 도서를 지원대상에서 배제했던 사건이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성격을 민관거버넌스로 전환하기 위해 장 대표는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사업에 출판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해 정책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세종도서 선정과정에 출판전문가뿐 아니라 사서·교사·독자 등 참여대상을 확대해 시민사회의 다양한 시각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위상을 민관거버넌스로 전환하자는 주장에 대해 출판업계 종사자간 이해관계를 조정·협력할 수 있는 ‘공동체의식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1인출판협동조합 박옥균 이사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민간을 배제했던 지금까지의 관료주의에서 탈피해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각계 다양한 민간전문가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면서도 “민관거넌스만으로는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전문성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박 이사장은 “대형-소형 출판사, 온-오프라인 서점 등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당사자 사이에 출판산업진흥이란 공동체의식이 부족하다”며 “다양한 입장의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더라도, 소속집단의 이익만 대변한다면 발전적 토론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전문성이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출판문화산업진흥원 노동조합 이대연 사무국장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행정조직으로 출범한 만큼 행정적 기능이 강조된 측면이 있었으나, 이후 출판 관련역량을 제고해온 만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사무국장은 “현재도 연구인력 및 출판계 경험자 직원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전제하고 “지난 5년간 자체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출판계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사업초기부터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고 민간참여를 확대한다는게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방침이다”고 밝혔다.

◇출판산업 종합통계시스템 구축=1인출판협동조합 박 이사장도 “대략적인 총 매출만 집계될 뿐 도서·서점·출판사 등 세부 항목별 데이터가 없어 출판산업 현황파악과 동향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출판산업 종합통계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출판산업 종합통계시스템 구축을 위해 출판업계의 통계기초자료 제공, 출판업계와 출판문화산업진흥원간의 해묵은 갈등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이와관련 박 이사장은 “출판업계에선 통계제공을 영업비밀 노출로 인식하는 등 막연한 반감이 있다”며 “서로 영업기밀을 침해할 수 없는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출판문화산업진흥원 노동조합 이 사무국장은 “그간 출판계가 관련통계를 제공하지 않은 이유는 진흥원과의 갈등, 통계에 대한 필요성 부족이다”며 “최근에는 진흥원과 출판계간 관계가 개선되고 있고, 통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는 종합통계시스템 구축을 위해 신규예산 20억원을 투입, 정부-공공기관-출판계-유통업계-도서관계가 참여하는 ‘출판유통 통합시스템 구축 추진협의회’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도서정가제=국회 토론회에서 편집문화실험실 장 대표는 도서정가제가 출판업계 위기타파를 위한 보호장치임을 강조하며 이를 확대·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제휴카드 할인이 도서정가제 취지를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도서정가제에 반감을 가지는 만큼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현행법상 출판유통업체는 소비자에게 ‘15% 이상 경제상 이익’을 제공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는데, 수십 퍼센트에 달하는 제휴카드 할인에는 적용하지 않아 도서정가제 실효성이 희석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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