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자동차·가전·기계 등 관련 중소기업의 환리스크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국제무역연구원 최용민 동향분석실장은 한국무역협회가 24일 주최한 ‘중소 수출기업 환리스크 대응 세미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 세탁기와 태양광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서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단연코 가장 중요한 이슈는 환율”이라며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환율이 1100원 이하로 내려갈 일이 없을 것이란 낙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24일 기준 원달러환율은 1070원으로 외환시장이 개장됐다. 환율은 수출기업 이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국내 수출입 전망 밝아…문제는 환율=지난해 세계경기가 회복되면서 글로벌교역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선진국과 주요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수요가 회복됨에 따른 것이다. 국제통화기구(IMF)는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했으며, 세계무역기구(WTO)도 지난해대비 상품 수입물량 증가율이 선진국은 2.9%, 신흥국은 3.7%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경기 회복과 함께 글로벌 IT경기도 긍정적인 탓에 우리수출도 연속증가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WTO가 발표한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상품수출 통계에 따르면, 세계 10대수출국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은 18.5%로 가장 컸다. 2014년 이후 3년만에 무역액도 1조달러를 회복했다.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올해 국내 수출입 전망도 밝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2016년말과 비교해 원화가치 13.5% 절상=미국의 세제개편으로 재정적자 악화가 우려되고, 트럼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최근 원달러환율 하락에 기여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6년말과 비교하면 올해 1월9일기준 달러화대비 원화가치 변동률은 13.5%다. 엔화(3%)나 위안화(6.9%) 등과 비교해도 절상폭이 가파르다.

문제는 원화가치 상승(원화절상)이 제조업의 영업이익률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원화가치가 높아지면 수입원자재 가격이 싸지면서 매출원가도 낮아진다. 이 경우 수입원자재 비중이 높은 기업은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기업 채산성도 높아진다. ▲석유·석탄 ▲목재·종이 ▲음식료품 ▲농림수산품 등이 해당한다.

반면 수출비중이 높고 수입원자재 투입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은 영업이익률이 떨어진다. 수출물량이 동일해도 원화로 환산한 매출액이 줄어들어서다. ▲자동차·자동차부품·선박 등 운송장비 ▲반도체·전자부품·디스플레이·통신기기·컴퓨터 및 주변기기 등 전기전자 ▲일반기계·특수기계·건설기계 등 기계장비가 대표적이다.

◇일본과 경합도 높은 자동차·가전·기계 부정적=국내 수출기업 대다수가 수입원자재 투입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제조업이라는 점에서 원화절상에 따른 피해는 불가피하다. 특히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가전, 기계 등에서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는 게 최 실장의 분석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제무역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50만달러이상 수출기업 514개사가 올해 사업계획에 책정한 평균환율은 1090원이다. 조사대상 절반에 달하는 49%기업은 환율을 1075~1125원으로 예상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휴대폰 및 무선통신기기부품이 1108원으로 가장 높았고, 철강 및 비철금속제품과 화학공업제품이 1098원이다. 생활용품(의료용품, 화장품 등)은 1076원으로 가장 낮았다. 원화절상이 지속되면 상당수 기업이 환율변동에 따른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수출기업 58.4%는 환리스크를 관리 안해”=최 실장은 “원화강세로 환율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도 수출기업의 58.4%는 환리스크를 전혀 관리하지 않는다. 기업규모가 영세할수록 환율 관련인력도 보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기업의 적극적인 환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

환리스크 관리를 위해 무역보험공사, 한국무역협회 등에서는 환변동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환변동보험은 수출 또는 수입을 통해 외화를 획득하거나 지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차손익을 관리하는데 목적이 있다. 사전에 외화금액을 원화로 확정해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예방할 수 있으며, 달러·엔·유로·위안화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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