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주회사나 대표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브랜드사용료가 연간 1조원에 달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공시하는 기업은 10곳중 1곳에 그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0일 발표한 ‘공시 대상 기업집단(2017년 9월1일기준 57개)을 대상으로 한 상표권 사용료 수취 현황’에 따르면, 20개 대기업집단 소속 20개 지주회사와 대표회사는 277개 계열사로부터 연간 9314억원(2016년기준)을 상표권사용료로 받았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상표권사용료 수입은 2014년도 17개집단 8654억9700만원에서, 2015년 20개집단 9225억원6700만원, 2016년 20개집단 9314억2000만원으로 증가추세다. 

이들 계열사들이 지급하는 상표권사용료는 기업별 큰 차이를 보였다. LG와 SK가 상표권사용료로 연간 2000억원이상을 받아 수익이 가장 많았다. 그 뒤는 ▲CJ(828억원) ▲한화(807억원) ▲GS(681억원) ▲한국타이어(479억원) ▲두산(331억원) ▲한진(308억원) 순이다.

상표권사용료로 100억원에서 300억원 미만을 받는 기업은 ▲코오롱(272억원) ▲한라(254억원) ▲LS(206억원) ▲금호아시아나(188억원) ▲한솔(128억원) 등 5개기업이었다. 100억원 미만은 ▲삼성(89억원) ▲아모레퍼시픽(77억원) ▲미래에셋(63억원) ▲하이트진로(44억원) ▲한진중공업(38억원) ▲부영(16억원) ▲현대산업개발(14억원) 순이다. 

기업집단별로 사용료를 지급하는 회사 수와 사용료 산정기준, 산정비율 등이 달라 사용료 수입액도 큰 차이를 보인다는게 공정위 설명이다. 상표권사용료를 지급하는 계열회사 수는 SK가 58개로 가장 많았고, 한국타이어가 1개로 가장 적었다. 

사용료 산정방식도 기업마다 차이를 보였다. LG·SK·한화·한진 등 12개 대기업집단은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뺀 금액에 0.08%~0.75% 비율을 곱한 금액을 사용료로 받았다. 삼성·부영·한진중공업 등 6개 대기업집단은 매출액에서 0.015~0.5% 비율을 곱한 금액을 거둬들였다. 특히, 브랜드사용료 수취회사(20개)중 13개회사(65%)가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였다.

상표권사용료가 수취회사의 매출액 및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컸다. CJ는 상표권사용료가 매출액대비 66.6%에 달했다. ▲한솔홀딩스(53.0%)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53.0%) ▲코오롱(51.7%) ▲한진칼(51.2%)도 매출액의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계열사로부터 막대한 사용료를 거둬들이고 있음에도, 20개 대기업집단 소속 20개 지주회사와 대표회사의 공시내용은 불충분했다.

현행법상 자본금의 5% 또는 50억원 이상의 대규모 내부거래가 있는 경우 수취회사와 지급회사는 상표권사용료를 공시해야 한다. 사업기간중 매출액의 5% 또는 50억원 이하의 상품·용역 거래 매출액은 개별 거래에 대한 세부내역 없이 거래금액 합계를 공시하고, 이상일 경우 수취회사는 상품·용역 거래 세부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277개회사의 상표권사용료 지급내역중 공시대상이 아닌 경우가 67.1%(186개사)에 달했고, 공시대상인 경우에도 사용료 산정방식 등 세부내역을 공시한 회사는 11.9%(33개사)에 불과했다. 이에따라 공정위는 공시의무를 위반한 코오롱에 1억4500만원, 한국타이어 1억4000만원, 미래에셋대우와 금호아시아나에는 각각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상표권사용료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공정위는 계열사간 상표권 거래현황을 매년 공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표권사용료 수수를 무형자산 거래임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계열회사간 상표권 사용 거래 현황’을 매년 5월31일 공시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표권사용료에 관한 정보를 시장에 충분히 제공해 기업 스스로 정당한 상표권사용료를 수수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사익편취행위가 방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앞으로 매년 상표권사용료 공시실태 및 수취현황 공개를 통해 사익편취 혐의가 뚜렷한 경우 공정거래법을 엄정히 적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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