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작가는 계약업체인 C사로부터 무리한 작품수정 요구를 받았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기획단계에서 협의해 작품에 반영했는에도, C사는 애매하고 주관적인 평가기준을 내밀어 납득하기 어려운 수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게다가 C사는 원고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료도 지급하지 않았다. C사는 ‘갑(C사)은 원고의 수정을 요구할 수 있고, 을(A작가)은 본인의 부담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책임이행을 요구했다. A작가는 약 1년에 걸쳐 작품을 완성했지만, 애초 자신이 의도했던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해당작품은 연재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2. P사는 B작가에게 투자를 제안했다. 계약서를 보니 말만 투자일 뿐 일반적인 고료의 성격과 다르지 않았다. 투자비외 별도로 원고료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었다.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권리, 전세계 서비스권리, 2차저작물 독점권 등 모든 사업적 이용권이 회사에 귀속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게다가 여러 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금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데, 3년 계약기간 동안 투자비를 모두 회수하지 못하면 계약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계약서 수정을 요청하니, 별다른 설명도 없이 계약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후 다른 업체와 계약할 때 일부 불공정한 조항이 눈에 띄었지만, 계약 거절을 우려해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그대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부당한 계약으로 작가들이 정당한 권익 보상받지 못해”=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30일 공동 개최한 ‘공정한 웹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토론회’에서 한국만화협회 이림 이사가 밝힌 웹툰업계의 관행화된 불공정 계약 사례들이다.

이 이사는 “각종 부당한 계약으로 작가들이 노동을 착취당하고, 정당한 권익을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며 “웹툰 플랫폼업체들이 2차저작물을 독점하고, 작가에게 끊임없이 수정을 요구하는 등 웹툰업계에 불공정행위가 횡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무리한 수정을 요구받을 땐, 업체가 작가와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따라서 표준계약서를 웹툰업계 실정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시 공정경제과 조일영 변호사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웹툰 표준계약서는 웹툰시장이 지금처럼 크게 성장하기 이전인 2015년에 마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현재 시점에 맞게 일부 내용을 수정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표준계약서에 연재 기간과 횟수, 원고료 액수와 지급일, 수익배분 등과 관련된 내용을 명확하게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몇 회분에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 원고를 수정하면 추가로 임금을 지불할 것인지 등 원고료 지급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얘기다.

◇“표준계약서에 유료서비스 수익배분방식도 명시해야”=조 변호사는 또 “유료 웹툰서비스가 증가하는 만큼 유로서비스로 발생되는 수익을 업체와 작가가 적절히 배분하도록 명시하는 조항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유료 웹툰은 업체별로 수익배분방식을 각각 다르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배분과 관련된 내용을 어떻게 통일된 문구로 정해 표준계약서에 담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구체적인 수익배분 비율이나 내용은 자율성을 보장해 별도로 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림 한국만화협회 이사는 30일 열린 ‘공정한 웹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토론회’에서 “각종 부당한 계약으로 작가들이 정당한 권익을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표준계약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웹툰산업협회 김유창 회장은 “표준계약서가 업체의 법위반 소지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며 “표준계약서 사용률을 높이고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정부지원사업을 진행할 때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다.

◇“표준계약서 사용하도록 인센티브·페널티 함께 도입을”=인센티브 도입과 함께 박 교수는 페널티를 부과하자는 제안도 했다.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으면, 정부지원사업에 제한을 하거나 직권조사를 실시하는 등 제재를 하자는 것이다.

웹툰업계의 불공정문제를 공적인 영역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상시적으로 불공정 사례를 제보받고 상담하는 공적인 틀을 조성해야 한다”며 “영화업계는 영화진흥위원회 산하 공정환경조성센터에서 불공정계약에 대한 조사, 중재, 교육을 담당한다. 웹툰업계에도 이런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공정문제를 작가 개인에게만 맡기지 말고 공공부문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시가 2017년에 발표한 ‘만화·웹툰 분야 불공정거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표준계약서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3.9%에 불과했다. 즉 10곳중 7곳 넘는 곳이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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