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마련돼도 대기업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영업정지나 사업철수 등의 권고나 시정명령에 그치지 말고 불이행시 강제할 수 있는 이행강제금 등을 부과해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생업보전과 소득증대를 위해, 업종특성과 시장여건 등을 감안한 적합업종을 선정하고 대기업의 진출을 막는 제도다.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경우, 민간합의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선정·관리하고 권고사항에 그쳐 제도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법무법인 동화의 이혜정 변호사는 31일 열린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토론회’에서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비교하며, 실효성 있는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두 법안의 가장 큰 차이는 이행강제금 부과 여부”라며 “이를 부과하지 않으면 그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훈 의원 안은 대기업이 사업철수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매출액 10% 이내를 소상공인 육성부담금으로 부과한다. 또 영업정지 또는 사업철수 등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매출액 30% 이내의 이행강제금도 부과한다.

반면 정유섭 의원은 반시장적 규제라며 육성부담금과 이행강제금을 삭제하는 안을 내놨다. 이 변호사는 “이행강제금 부과를 삭제한 정유섭 의원 안은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간과해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지난 31일 열린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토론회’   ©중기이코노미

이 사무총장은 지정 방식에 대해선 소상공인 참여를 강조하며, “이훈 의원 안을 보면, 소상공인이 동반성장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중소벤처기업부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소상공인 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유섭 의원 안은 동반위가 주관해 아쉽다. 권한설정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또 이 의원 안은 업종에 관계없이 중소기업단체가 신청하면 동반위가 추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 의원 안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된 업종으로 소상공인연합회 정회원만 신청이 가능하고, 동반위는 접수된 신청 건에 대해 추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법무법인 정도의 양창영 변호사도 생계형 업종을 중기부장관이 직권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중기부가 직접 지정해달라는 소상공인들의 요구 이면엔, 생계형 적합업종이 모호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민간에 위임해 운영하면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지정방식에 대해선 소상공인이 중기부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래야만 소상공인의 참여를 확대해 권리를 구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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