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지난달 25일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질소가스 누출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사고가 잇따르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장치를 마련하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는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에 위험한 업무를 떠넘기는 것을 말한다. 

비용과 시간의 단축, 전문성 강화 등의 이유로 원청업체가 공정 일부를 하청업체에 맡기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다.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원청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일거리를 늘릴 수 있다. 문제는 적지않은 대기업이 ‘외주화’를 명목으로 각종 위험한 작업을 의도적으로 하청업체에 떠넘긴다는 점이다. 사고발생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에 맡기면, 대기업은 보상·처벌 등에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원청업체가 그 책임을 하청업체에 미루면 끝이다. 또 노동조합이 있는 원청업체 노동자는 재해발생시 산재를 신고하고, 그에 따른 치료와 보상을 받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하청업체 노동자, 특히 사내하청업체의 경우 원청업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하청노동자 역시 고용상 불이익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거나, 간단한 치료만 받고 현장으로 복귀하기 일쑤다. 하청노동자들은 단지 원청이 아닌 하청업체 소속이란 이유만으로, 무방비로 위험에 내몰렸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사내하청 산재사망자 숫자는 원청의 8배=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기준 노동자 1만명당 산재로 숨진 원청노동자는 0.05명인 반면 사내하청노동자는 0.39명으로 무려 8배에 달한다. 위험한 작업을 의도적으로 하청업체에 떠넘겼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위험의 외주화는 국내 제조업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펴져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최근 5년간 크고작은 사고가 7차례 있었는데, 이로인해 다치거나 숨진 작업자들 대다수가 하청노동자였다. 지난해 5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충돌사고에서 사망하거나 다친 직원들 대부분도 하청노동자다. 또 8월 STX조선해양에서 기름탱크 폭발로 사망한 4명의 노동자 역시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산재예방·보상·처벌에서 빠져나가는 대기업=이와관련 노동계는 대기업이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행위, 그 자체를 금지할 법적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 산재예방, 보상, 처벌에서 빠져나가는 대기업의 행태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후보시절 대기업이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 사고발생시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에 대한 시정을 약속했다. 다단계 하청으로 이뤄져있는 고용구조를 바로잡아,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이다. 

대통령의 약속과 다짐에도 불구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을 비롯해 관련법안 개정안은 국회문턱을 넘지 못했다.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대책을 담은 관련법안이 20대국회 들어 5건이나 발의됐지만 모두 환노위에 계류중이다.

한편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김상조 위원장은 “하도급 관계에서 위험을 외주로 책임전가해 사건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면서 “올해 상반기중 이와 관련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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