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산업 및 신기술 분야에 ‘우선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차별적인 규제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불합리한 규제로 인해 신산업 발전이 저해될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과 기존기업간 그리고 국내외 기업간 불평등한 경쟁여건이 조성돼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국내외 기업에 차등부과되는 망사용료를 꼽는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열린 ‘혁신 촉진하는 스마트규제, 한국에서는 불가능한가?’ 토론회에서 국내 규제사항이 국내기업에만 적용돼 국내시장이 오히려 국외기업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예를들어 네이버·카카오·아프리카TV 등 국내기업은 연간 수백억원을 망사용료로 지불하고 있지만, 구글·유튜브는 사용자가 많이 찾는 동영상 데이터를 국내통신사 데이터센터에 임시저장할 수 있는 캐시서버를 제공받고도 망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국내기업은 이러한 망사용료 지출을 메우기 위해 15초 광고를 도입하는 등 수익창출 수단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유튜브는 이런 제약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사용자 친화적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국내기업에만 비용을 부과하는 건 불공평한 규제라는 것이다.

<자료=‘혁신 촉진하는 스마트규제, 한국에서는 불가능한가?’ 토론회 자료집/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존 기업에 비해 벤처기업에만 불리한 규제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외송금사업체 ㈜모인의 서일석 대표에 따르면, 현행법상 소액해외송금업자는 금융기관과 비금융기관의 경계에서 이중규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외환거래규정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유학과 관련된 자금을 송금할 때 증빙을 지참하면 10만달러까지 처리가 가능한 반면, 소액해외송금업자 한도는 개인별 건당 3000달러, 연간 2만달러로 제한된다. 이 규제는 소액해외송금업이 주로 비대면 거래로 진행되기 때문에 소비자 위험부담을 줄이고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등 불법적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 ‘금융실명제법’과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소액해외송금업자를 금융업자로 보고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송금(타발송금)에 대해 수취인 실명확인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시중은행은 타발송금시 실명확인을 별도로 할 의무가 없다. 서 대표는 소액해외송금업자에게도 시중은행과 동일한 한도와 실명확인 기준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함께 신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식품위생법을 예로 들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식품을 제조·가공·운반·판매하는 사업자는 식품제조업 허가를 취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작업장·식품취급시설·창고 등 시설을 갖춰야 한다. 문제는 식품을 직접 보관하는 일 없이 생산자와 구매자를 매개하는 온라인 중개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임 센터장은 “이를 구비하려면 최소한 2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온라인으로 얼마나 팔릴지 모르는 상태에서 수억원을 선투자해 준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러한 부분이 식품사업자의 판로 확보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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