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통시장이 발달했지만, 인터넷에서 신발을 구매하는 일은 여전히 망설여진다. 무엇보다 사이즈가 안 맞을까 걱정이 앞선다. 직접 신어보고 착화감을 느껴 볼 수 없다는 점도 단점이다. 교환이나 환불을 하고 싶어도 배송료가 아까워, 썩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냥 감수하고 신는 경우도 생긴다. 신발전문 전자상거래업체인 ㈜구루핏 신지섭 대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말한다.

“모든 상품은 각각 특화된 구매방법이 있습니다. 신발을 잘 사는 방법이 있고, 가구도 잘 사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안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시장은 획일화돼 있습니다. 누구나 입점해 무엇이든 팔 수 있는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은 한 상품만 특화할 수 없죠. 구루핏은 온라인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품목중 하나인 신발에 특화된 구매방법을 제공하기위해 출발했습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신 대표는 직접 매장에 가지 않고 온라인에서도 편리하게 신발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구루핏의 목적이라고 소개했다. 지난달 16일 문을 연 구루핏은 ‘직접 신어보고 리뷰하는 신상신발’이라는 모토 아래, 직원들이 직접 신발을 신어보고 정보를 제공한다.

‘직접 신어보고 리뷰하는 신상신발’…1년간 무조건 반품·교환

㈜구루핏 신지섭 대표는 “구루핏의 목적은 직접 매장에 가지 않고 온라인에서도 편리하게 신발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중기이코노미

신 대표는 신발 관련직종에서 근무한 이력이 없다. 컨설팅업체를 거쳐 e-스포츠업체에서 근무하다 퇴사후 구루핏을 창업했다. 평소 신발을 좋아하긴 했지만, 전문분야는 아니었기에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그는 무엇보다 ‘온라인을 통한 편리한 신발 구매’라는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신발을 구매하면서 겪는 불편함을 파악했다. 온라인 구매경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불편한 점으로 반품·교환 절차를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고, ‘사이즈가 잘 맞지 않는다’, ‘원하는 상품이 없다’ 등이 뒤를 이었다.

그래서 구루핏은 구매후 1년간 반품·교환서비스를 횟수 제한없이 무료로 제공한다. 신발을 보낼 때 배송료를 받지 않지만, 반품시에도 배송료는 구루핏이 부담한다. 이유도 묻지 않는다. 구루핏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신발을 신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사이즈나 착화감, 색상, 디자인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도 배송료가 부담이 돼 또는 반품절차가 복잡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냥 신발을 신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품·교환서비스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우려에 대해선 “블랙컨슈머가 걱정돼 방어적으로 방침을 정하면, 대다수 소비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악용사례는 모니터링을 통해 차단하고 대처하면 된다”고 했다. 신 대표에 따르면, 사업을 시작하지 한달이 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악의적인 반품사례가 없다.

Shoe fitter 신어본 후, 추천 이유와 추천하지 않는 이유 알려줘

구루핏은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기 위해 ‘슈 피터(Shoe fitter)’ 4명이 직접 신발을 착용해보고, 제품을 추천하는 이유와 추천하지 않는 이유를 알려준다. 슈 피터는 소비자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찾아주는 ‘신발 전문조언가’다. 수치로 표시되는 사이즈는 물론 착화감과 소재, 디자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해준다.

직접 신어보고 제공하는 상세설명 <자료=구루핏>

가령 추천하는 이유에는 ‘통기성이 우수하고 부드럽게 발을 감싸주어 편안한 착화감’, ‘부드러운 메쉬 소재의 겉감과 안감’, ‘세련된 느낌을 더해주는 적당한 광택’ 등의 설명이 붙는다. 추천하지 않는 이유에는 ‘굽높이가 많이 낮다’, ‘쿠셔닝이 거의 없어서 발이 빨리 피로해진다’, ‘밑창이 단단하여 유연성이 떨어진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슈즈 디자인이라 그 무난함이 오히려 지루함으로 느껴질 수 있다’ 등이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구루핏이 제공하는 상세설명을 의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상품을 추천하거나 하지 않는 이유를 객관적이고 솔직하다고 소비자가 믿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신 대표는 “소비자가 제한없이 교환·반품을 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리뷰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며 “소비자를 기만해 상품을 팔수는 있지만, 그 고객은 다시는 해당업체를 찾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고자 한다”고 답했다.

이와함께 구루핏은 사이즈를 세분화해 딱 맞은 사이즈를 찾도록 돕는다. 일반적으로 신발 크기를 측정하는 기준인 앞뒤 길이 외에도 발폭, 발등높이, 토룸(발가락 앞부분에 남는 공간)에 대해 4개의 다른 제품과 비교한 정보를 제공한다. 가령 ‘A상품의 발폭은 B제품 발폭보다는 좁지만 C·D제품보다는 여유있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비교대상으로 사용하는 4개 제품은 대중성이 높은 모델을 선정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는다.

온라인으로 신발을 구매하다 보면 수많은 상품이 있음에도 원하는 상품을 찾기 힘든 경우도 종종 있다. 구루핏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선’에 주목했다.

“상품을 판매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데, 그룹화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쉽게 찾도록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선별하는 것입니다. 구루핏은 두번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구루핏은 또 발매된지 90일이 지난 상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신선함과 유행을 강조해 소비자에게 트렌디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신 대표에 따르면, 구루핏은 다른 신발전문 전자상거래업체와 달리 공식브랜드로부터 직접 제품을 납품받는다. 신발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환·반품의 문턱을 낮추는 등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경영방침을 신뢰한다고 했다. 신상품만 취급한다는 점도 한몫했다. 대형 온라인유통업체가 너무 많은 상품을 나열하는 방식이어서, 시장에 신상품을 내도 주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신상 대접’을 해주는 구루핏의 영업방침이 장점으로 작용한 셈이다.

신 대표는 구루핏이 신발에서 성공을 거두면, 온라인 구매가 불편한 다른 품목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