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아세안과 함께 ‘신남방정책’의 핵심지역이다. 지난해 8월 기준 12억8193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노동력 대다수가 대학을 졸업했다. 경제성장도 빠르고, 가계 가처분소득의 증가로 소비규모도 커지고 있어 거대 소비시장으로 점쳐진다.

소비·내수 중심의 성장,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증가, 경제개혁 성공 등에 따라 올해 신흥국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세계평균 3.7%, 중국 6.5%, 인도 7.4%로 내다봤다. 따라서 당분간 미국과 중국을 대체하는 시장으로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화·경제적 스펙트럼 다양=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박한수 서남아지역본부장은 “인도에는 인도가 없다. 다양한 문화적 스펙트럼을 나타내는 인도는 경제적 스펙트럼 또한 넓어 획일화된 진출전략으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13억의 인구, 23개의 공식 언어, 29개 주마다 다른 문화를 보유하고 있어 세분화된 맞춤형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역별로 문화 등이 다양해, 도시별 소득수준이나 경제성장률을 세분화해 진출전략을 세우는게 유리하다. 대부분의 기업은 인도를 초기공략하는 경우 크게 소득수준별로 4개 권역으로 나눠 진출계획을 세운다. 고소득지인 남부, 중간소득지인 북부와 서부, 저소득지인 동부로 나눈다.

그러나 실제는 인구 10만명 이상 도시만 400개로 소득수준, 소비경향, 문화, 언어, 종교, 경제성장률 모두 달라 이런 접근방식은 무의미하다는게 박 본부장의 분석이다. 예컨대 델리 근교 구르가온의 경우, 기존 큰 권역별로 구분하면 눈에 띄지 않는 지역이지만 글로벌기업이 대거 들어와 있고 외국인과 고소득자가 거주해 있는 고성장 2급지 도시다.

박 본부장은 “도시내에서도 3~4km 정도로 더욱 세분화하면 문화, 언어, 종교, 소득수준이 동일해 진출전략을 세우는데 수월하다. 또 타깃 대상지역을 근로지역, 거주지역, 쇼핑지역 등으로 세분화하면 기업 품목별 전략수립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특수성 감안해 전략 수정을=또 인도를 한번에 100%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진출 전에 세웠던 전략과 장기계획도 수정할 수 있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시장에 진출할 목적으로 개발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갖고 인도에 진출할 경우, 디자인이나 성능을 바꾸지 않으면 성공할 확률이 낮다. 현지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데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인도인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경우 진출이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현지 사정에 맞는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패턴이나 요구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 불합리한 관습도 남아있어 다른 시장에서는 불필요한 것들이 요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도는 현금이 주로 거래되는데, 가격보다는 그 가격으로부터 얻는 부가가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기계를 구입할 때 통상 타국가 바이어는 그 기계를 하루에 6시간, 일주일에 5일을 가동시켜보고 구매를 결정한다면 인도바이어는 하루에 16시간, 일주일에 6~7일 내내 가동하는 것을 선호한다. 가격대비 성능을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인도에 진출한 글로벌기업들은 비핵심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는 등 가격이 조금 더 비싸지더라도 좋은 품질을 유지하는 ‘가성비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아울러 ‘Make in India’ 정책을 활용하면, 현지에서 직접 제조공장을 설립하는 서플라이 체인에 참여할 수 있어 제3국 수출 생산기지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만일 기업비밀 등 지적재산보호가 필요한 경우 제3자 수탁제조(CMs:Contract Manufactureres)를 활용할 수 있다. 인도에는 수백개가 넘는 글로벌 수탁제조업체가 존재한다. 이들을 활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진입, 특성을 파악하는게 가능해진다. 또 가성비가 좋은 인도의 노동력과 자원을 활용해 글로벌 표준에 준하는 품질로 제조할 수 있다. 반면 소요비용은 줄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직접 진출을 하는 경우 무형재산도 보호할 수 있다.

박 본부장이 추천하는 유망 품목은 ▲화학 ▲기초 및 조립금속 ▲기계류 ▲전기전자 및 광학기기 ▲수송기기 등이다.

◇외교갈등·수입규제 조치 유의=그러나 주변국과의 외교적 갈등이 빈번하고, 무역수지 적자에 따라 수입규제도 강화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인도는 중국과 접경지역인 도크람에서 군사적 대치를 한바 있으며, 파키스탄과도 영토편입을 두고 지속적인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강력한 수입규제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인도정부가 부과하고 있는 수입규제 조치를 보면 반덤핑 328건, 세이프가드 3건, 상계관세 2건이다. 반덤핑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화학, 철강금속, 섬유분야를 중심으로 보호주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단,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FIPB)를 폐지하는 등 외국인직접투자는 계속 장려하고 있어 비관세장벽으로 애로를 겪는 경우 투자를 늘리는 식으로 우회진출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박한수 본부장은 “인도의 또 다른 경쟁력은 ‘화교’와 비교되는 거대한 교포사회”라며 “해외에 거주한 인도인중 주류사회에 진입한 그룹을 타깃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며 “관계중심적인 인도사람들은 호텔안에 사무소를 차리거나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등에서 인도 비즈니스를 총괄하면 관계형성에 미온적이라고 생각한다. 바이어가 거주하는 사무실이나 공장주변 등으로 옮겨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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