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강제인증 도입 ‘비석유산업’ 육성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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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세·강제인증 도입 ‘비석유산업’ 육성 ‘중동’ 권역별 차별화 전략 필요…2018년 세계시장 진출 전략 ⑨중동

기사입력2018-02-20 10:54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동은 한국경제 성장을 떠받치는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원유의 80%를 공급한다. 또 해외건설 수주액 절반 이상이 중동에서 발생한다.

올해 중동지역 예상 경제성장률은 대체적으로 양호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점진적인 유가회복 등에 힘입어 올해 3.1% 성장한다는게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측이다. 역내 수입수요가 증가한다는 점도 중동경기 호조세 전망을 밝게 한다. 2014년 1조1420억달러였던 수입시장 규모는 2015년 1조550억달러, 2016년 8800억달러로 2년 연속 줄었지만, 지난해 반등해 9600억달러로 7.9% 증가했다.

낙관적인 일부 지표에도 불구하고 반덤핑 등 수입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동지역의 정치적 불안 역시 악재다.

◇19개국 중동, 권역별 진출을=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권용석 중동지역본부장은 “중동 역내시장은 시장규모, 경제통합 정도, 지리적 위치에 따라 다양하다. 권역별 타깃 분야를 선정해, 각기 다른 수출촉진 마케팅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흔히 중동으로 일컬어지는 중동·북아프리카지역(MENA)은 사회·경제·종교적으로 상이한 19개국가를 포함한다. 연간 4조달러 규모의 GDP를 가진 중동의 인구는 5억500만명에 달한다. 또 인구의 52%가 30세미만일 정도로 젊은 시장이어서 차세대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국가가 포함된 만큼 역내 권역별로 차별화된 진출전략이 필요하다는게 권 본부장의 설명이다.

권 본부장은 ▲GDP가 크고 1인당 구매력이 높은 국가(카타르, UAE, 쿠웨이트, 이스라엘,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1인당 구매력이 낮으나 인구가 많은 국가(터키, 이란, 이집트) ▲구매력이 낮고 인구가 적은 국가(리비아, 알제리, 이라크) 등 3개 권역별로 구분해 차별화 전략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예컨대 1인당 구매력이 낮지만 인구가 많은 국가들은 내수시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생활소비재나 가전 등을 수출하는게 용이하다. 그러나 구매력이 낮고 인구도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에서는 특정 제품에 주력하기보다 시장변화를 살펴 틈새시장을 노리는게 좋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산업 다각화, 선택 아닌 필수=올해 중동 이슈는 ▲산업구조 개편과 국가개혁 ▲젊은 층과 여성 소비계층의 부상 ▲산유국도 ‘세금의 시대’로 ▲신성장산업 육성, 대형프로젝트, 새로운 기회 ▲자국 산업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라는 ‘Reforming MENA’로 정리할 수 있다.

특히 놓쳐서 안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산업구조 개편과 관련한 산업 다각화다. 중동지역 국가들은 자원 고갈 이후를 대비해 비석유산업을 육성한다. 바레인은 금융과 알루미늄 가공, 쿠웨이트는 무역과 금융,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화학, 철강을 집중 육성한다. 이들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의료기기·제약·IT/스마트기술·신재생에너지·서비스 등 신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아울러 산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면서 산업단지 개발·확충에 나선 국가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자유경제구역, 오만의 국가산업공단 등이 대표적이다.

민간부문 산업촉진을 위해 정부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예컨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기존에는 기업설립 승인이 나는데 30일이 소요됐지만 이제는 3일이면 가능해졌다. 또 GCC(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카타르·오만·바레인)와 아랍간에는 역내 관세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밖에 리비아는 제조설비 수입자에게는 장기저리 융자제도를 허용하고 있으며, 쿠웨이트는 생산설비용 기계 도입시 관세를 면제해준다.

기술력 있는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도 국내기업엔 호재다. 중동국가들은 자국내 수입대체를 위한 사업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유망 기술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소재부품을 비롯해 에너지 신산업, 환경, 금융 등 신산업과 서비스업이 대표적이다.

◇부가세 도입, 보호무역주의 주의=권 본부장은 중동을 기회의 땅으로만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올해 1월1일부터 무세금 정책을 포기하고, 대부분의 재화와 용역에 부가가치세(5%)를 부과한다. 2015년 이후 지속되는 저유가에 따른 재정악화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부가세 도입으로 공급가액이 큰 건설업계 분야 등은 비용상승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자국내 제조업 육성과 같은 산업 다각화 정책이 탄력을 받으면서 수입규제도 강화된다. 지난해 6월 GCC가 국산 자동차 배터리에 대해 최초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이후 한국산에 대한 중동의 수입규제 조치가 강화되는 추세다. 7월에는 터키가 국산 콘크리트와 펌프트럭에 반덤핑 최종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강제인증과 같은 비관세 장벽(NTB)=중동의 표준을 주도하는 UAE 표준측량청(ESMA)은 2016년부터 식품, 화장품, 타이어, 소형가전, 조명기기 등에 대한 신규 강제인증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해 8월부터 중동으로 수출되는 가전제품은 에너지효율 라벨링과 RFID칩이 통합된 태그를 부착해야만 유통·판매가 가능하다. 향후 환경규제 개념이 도입돼 공산품의 재료·생산·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울러 이슬람 율법에 따른 할랄 인증 적용범위도 기존의 식품, 화장품에서 벗어나 의약품, 패션 등으로 확대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