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교역국가인 중국·미국·일본 등과 함께 잠재력이 있는 아세안·CIS 국가로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기업을 돕기 위해 올해 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세계시장 진출전략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에선 각국 코트라 지부장들이 강사로 나와 국가별 이슈나 전망을 얘기했다. 그런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전한 것중 하나가 ‘보호무역주의’였다. 미국을 필두로 보호무역기조가 심화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전세계적으로 반덤핑·세이프가드·강제인증·통관 등 각종 비관세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기업의 각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한국 등 12개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최고 53%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미국정부가 지난달 23일 한국산 세탁기·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결정한 이후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나온 또 다른 무역제재조치다.

이번 상무부 제안은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르면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수입품에 한해 대통령이 직접 관세를 매길 수 있다. 미국이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사실상 사문화됐지만,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정한 철강 수입에 관한 조사 착수 내용을 담은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미국정부가 그간 한국산 제품에 비관세장벽을 활용해 몇차례 압박을 하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고율관세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불리한 가용정보(AFA)’ 조항을 통해 한국산 철강에 고율관세를 매기는 상황에서, 이번 권고안이 통과되면 대미 철강수출 차질은 불가피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대기업보다 중소 철강업체들의 걱정은 더할 수밖에 없다. 비관세장벽은 대기업에 비해 대외교섭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철강산업은 속성상 다른 산업에 비해 대기업에 딸린 협력업체의 수가 많다. 최종권고안이 예정된 4월11일까지는 아직 두달가량 남았다. 정부는 특히 중소기업의 우려를 덜고,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통상압력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대응하되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 국내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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