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A라는 사람을 그 회사의 대표이사라고 믿고 계약을 진행했는데, 계약서에 날인을 하려고 보니 대표이사 란에 B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경우가 있다. A가 실제 경영권을 가진 대표이지만, B를 이른바 ‘바지 사장’으로 내세운 회사다. 이런 경우 계약을 그대로 진행해야 하는지 아니면 계약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되는 순간이 온다.

상대방에게 왜 법인등기부의 대표이사와 실제 대표가 다른지 물어보면, “예전에 부도가 나서 신용불량자다”, “이 회사의 실제 사장은 본인인데, 명의만 다른 사람으로 한 것이니 안심해라”, “세금 문제로 다른 사람의 명의로 사업체를 운영한다” 등등의 대답이 나온다. 이 말을 믿고 계약을 진행하자니 불안하고, 계약을 그만두자니 여태까지 들어간 비용이 아쉽다.

업무상 많은 중소기업 대표이사들을 만나보면, 그 중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명의로 사업을 경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질적인 대표이사와 법인등기부상의 대표이사가 다르다고 해서, 그 중소기업의 경영이나 재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예전에 사업을 한번 실패한 적이 있어서 다른 사람 명의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는 매우 많다. 이런 상태로 오랜 기간 성실하게 사업체가 운영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반면에 다른 사람의 명의로 사업체를 경영하다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처음부터 책임을 피할 목적으로 제3자를 회사의 대표이사로 앉혀 놓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계약 등을 진행하려는 회사의 실제 대표와 법인등기부 대표가 다르다면, 최소한 법인등기부와 부동산등기부를 살펴보고 사전에 신용도 등을 검증하는 게 좋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판단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필자는 의견서를 작성하는데, 그간의 경험에 비춰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평가를 한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회사의 등기상 대표이사가 가족인 경우, 특히 자식인 경우에는 더 신뢰할 수 있다. 회사가 몇 년 이상 문제없이 경영돼 온 경우에도 신뢰성이 높다. 그리고 제조업과 같이 그 성과물이 눈으로 보이는 업종의 경우, 다른 업종 보다 더 신뢰하는 편이다.

이것 외에도 좀 더 객관적인 기준과 자료를 가지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법인과 대표이사의 신용도를 법인등기부와 부동산등기부를 가지고 평가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법인등기부에는 법인의 주소와 대표이사의 주소가 기재돼 있다.

먼저 법인 주소지의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본다. 그럼 해당 법인이 소재하는 부동산이 법인의 소유인지 아니면 임대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법인의 소유라면 부동산에 저당권이 설정돼 있는지, 아니면 세금이나 4대 보험의 체납으로 인한 가압류·압류의 이력이 있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대표이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표이사의 주소지 소재 부동산이 대표이사의 소유인지, 저당권 등이 설정돼 있는지, 세금체납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정도만 해도 그 법인과 대표이사의 기본적인 신용평가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특히 중요한 계약을 해야 할 경우, 해당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기관의 정보를 조회하거나 조사를 의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번거롭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하면,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춘 회사라면 중요한 계약을 할 때 이런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계약을 하나 잘못하면 회사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 그래서 회사의 주된 부분과 관련한 계약일수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많은 회사들이 이런 부분에 대한 검토 없이, 계약을 체결했다가 큰 낭패를 보고 있다.

계약 분쟁으로 소송에 들어가면, 늦다. 나중에 소송에 이겨 보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동안에 들어간 경비나 노력 등의 수고, 회사의 대외 신인도 저하 등의 문제는 회사를 망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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