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에이스홈센터. 3월초 개장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100만가지가 넘는 산업용재 가운데 2%에 해당하는 2만2000여가지 품목만 취급하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게 유진기업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 2%는 산업용재 판매수익의 95%를 차지하는 품목이다. 유진기업에 그 2%를 제외한 98% 품목을 팔라고 하니 그래선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대기업 산업용재·건자재 소매업 진출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송치영 위원장이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한 얘기다. 지난 1일 여의도 유진그룹 본사 앞에서 산업용재·건자재 관련 도소매점주 1000여명이 모여 ‘유진기업의 산업용재·건자재·철물류 도소매업 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총궐기대회’를 개최한 이유이기도 하다.

“유진이 판매하려는 품목과 고객이 소상공인과 겹친다”

비대위 송 위원장은 유진기업㈜이 개장을 준비중인 ‘에이스홈센터(금천구 독산동)’에서 판매하려는 품목과 영업대상 소비자가 소상공인들과 겹치기 때문에 양자간 상생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진기업은 전체 산업용재중 2%에 해당하는 품목들만 취급하고, 판매대상 역시 전문가가 아닌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소상공인 상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양자의 주장이 이같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소상공인측과 유진기업간 여섯차례에 걸쳐 상생협약회의를 진행했음에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에이스홈센터의 주요 고객이 ‘일반소비자’라는 유진기업의 주장은 애초부터 현실성이 없다는게 송 위원장의 지적이다. 그는 “한국은 아파트가 많아 일반소비자가 인테리어 등을 직접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DIY(소비자가 직접 조립·제작)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다. 가구를 직접 만드는 사람도 소수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송치영 비대위원장은 유진기업의 에이스홈센터에서 판매하려는 품목과 영업대상 소비자가 기존 소상공인들과 같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유진기업 상생안은 이뤄질 수 없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유진기업과 비대위에 따르면, 유진기업이 제시한 상생방안은 ▲시흥공구상가에 지역인재를 우선 채용 ▲시흥공구상가 입점업체에서 납품받아 온라인판매 ▲마진율을 32%이상 설정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김상윤 인터넷자문위원은 “지역인재를 우선 채용하겠다는 것은 인력난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또 “시흥공구상가로부터 납품받아 온라인에서 판매하겠다는 방안 역시 5%를 고리로 95%를 죽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시흥공구상가 점주 95%가 소매상이고 도매상은 5%에 불과하다는게 이유다. 

마진율 32%이상 제안에 대해서도 “비현실적이다. 인터넷 플랫폼이 발달해 소비자들이 가격을 미리 비교해보고 매장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이 조금만 높아도 치명적이다. 점차 가격경쟁에 들어갈 것이 뻔하다”며 “유진기업이 제시한 상생안 모두는 관철할 수 없는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영업대상이 달라 기존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

그러나 유진기업은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기우라는 입장이다. 

유진기업 이병우 상무이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소상공인들은 인테리어업체나 공업사를 고정거래처로 두고 장사를 한다. 이들 단골은 물품에 대한 정보를 갖고 구매를 하지만, 홈센터 방문고객들은 이런 정보없이 매장을 찾아 그 자리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다”며 “취급 품목이 소상공인들과 일부 겹칠 순 있겠지만, 영업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상공인들이 우려하는 유진기업의 ‘가격경쟁력’ 우위에 대해서도 이 상무는 ‘비가격경쟁력’을 강조했다. 이 상무는 “홈센터는 한 장소에서 다양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원스톱쇼핑 등 편리성과 교통접근성을 경쟁력으로 매장을 운영한다”며 “기존 상권에서 형성된 가격보다 비싸게 팔아도 일반인들은 편의성을 고려해 홈센터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영점 아닌 소상공인 참여하는 프랜차이즈 확대할 계획”

중기부는 에이스홈센터 금천점에 대해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 통보 처분을 내렸다.   ©중기이코노미

이 상무는 “금천구 외에도 용산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앞으로도 매장을 늘릴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추진계획은 아직 없다. 다만 785평의 금천점과 같이 대규모가 아닌 평균 150평 규모의 매장이 많을 것”이라며, “향후에는 직영점이 아닌 기존 소상공인들이 참여하는 프랜차이즈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기부 외주용역…홈센터 개점이 상가에 미칠 영향 조사중

3월초 예정된 에이스홈센터 개점일이 임박했음에도 소상공인측과 유진기업간의 갈등이 이어지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1월29일 유진기업측에 ‘에이스홈센터 금천점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 통보’ 처분을 내렸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상공인이 유진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사업개시 일시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중기부 상생협력지원과 허일록 주무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여섯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지만, 에이스홈센터 입점으로 인해 기존 상권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소상공측과 피해가 미미하다는 유진기업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진기업이 개점을 목표로 한 3월초가 다가오면서 사업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하게 됐다. 개점이후에는 일시정지 권고가 불가하다는 점과 양자간 합의가 이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점 등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외주용역을 통해 에이스홈센터 개점이 시흥공구상가에 미칠 영향을 조사 중이며, 3월초 용역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중기부는 심의를 거쳐 사업개시 일시정지 처분을 해제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중기부 심의결과 소상공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대·중소기업상생법에 따라 3년이내에서 기간을 정해 사업개시를 연기하도록 권고할 수 있고, 연기권고는 한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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