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철강에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對미 철강수출이 가장 많은 캐나다는 빠지고 한국이 제재대상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명분은 ‘불리한 가용정보(AFA)’ 조항이다. 정부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미 정부의 자료제출 요구에 부합하지 못했을 때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다. 

한국GM 사태는 확대일로에 있다. 4년동안 누적 적자만해도 3조원이 넘어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게 한국GM의 설명이다. 한국정부에 자금지원이나 세금감면 등 특별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GM은 정부의 자료제출 요구에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부했다. 더구나 한국GM 의 지분 17%를 보유한 2대주주 산업은행에게도 주주권 행사에 필요한 자료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한국 철강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와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은, 한미 양국간 무역관계가 얼마나 심각하게 왜곡되고 불평등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국내철강 수출기업이 미국정부의 자료요청 요구에 성실히 임했음에도, 자국의 판단만으로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는게 미국이다. 반면 산업은행이 수년동안 주주권 행사조차 하지 못했음에도, 한국GM은 한국정부에 1조원 이상되는 돈과 특혜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두고 무역관계에서 양국이 동등한 지위에 있다고 말하는건 어불성설이다. 경제동맹이고 공동체라는 것도 듣기 좋은 소리일 뿐이다.

차라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비즈니스적인 판단은 양국간 무역관계 본질을 보다 정확히 짚었다. 일본과 한국에 대해 대규모 적자를 지적한 트럼프는 “(군사적으로는) 동맹이지만, 무역에서는 동맹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무례한 보호무역주의다. 동맹이 아니라 무역전쟁을 벌이겠다는 강대국의 횡포다. 그래서 철강에 대한 고율관세와 한국GM 사태를 동맹의 관점으로 해결하자는 주장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보복에 맞서 WTO제소를 언급하자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대통령이 정신이 나가셨나”, “무슨 힘이 있어 미국과 당당하고 결연한 대응을 하느냐”며 굴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 야당의원도 있다. 이해불가다. 실효성과는 무관하게 막가파식 무역보복을 중재할 유일한 국제기구인 WTO제소를 두고 ‘정신 나간 대통령’이라고 비난하는 자유한국당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인지 의심스럽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패쇄결정은 한국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당장 군산공장내 2000여명을 포함, 협력업체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1만7000여명의 노동자가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그렇다고 GM의 요구를 무작정 수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경영의 투명성도 보여주지 않았고, 미국 본사로 얼마나 많은 돈이 흘러 들어갔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노동자의 생존권과 지역경제가 위급하다고 무조건 지원을 결정한다면, 다국적기업 횡포에 대한민국 경제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료제출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지난 2016년 9월 포스코 열연강판에 57% 상계관세를 부과한 미국. GM의 횡포에 미국처럼 돌려줘서도 안될 일이다. 그렇더라도 무슨 힘이 있어 미국에 당당히 대응하겠느냐는 소극적 대응도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영역에서는 동맹관계란 큰 의미가 없다. 국가 스스로 상대국에 당당해야 경제도 무역도 공평해 질 수 있는 것이다. 군사적으로 동맹이라도 하더라도 잘못된 일에서는 따질 줄도 알아야 주권 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