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프랜차이즈 육성, 공정거래문화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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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프랜차이즈 육성, 공정거래문화 확산 가맹점주 경영참여, 지원사업 추진…서울 공정경제팀 조일영 변호사

기사입력2018-02-25 18:00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13년 남양유업 사태가 촉발되면서 ‘갑질’이라는 사회적 이슈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남양유업은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대리점에 강제로 공급했다. 가맹점들은 일명 ‘밀어내기’로 떠안은 물량을 지인에게 판매하거나 폐기처분하는 방식으로 손해를 감수했다. 남양유업 사태에서 보듯, 대기업 중심 프랜차이즈 산업구조가 형성되면서 가맹본부의 우월적 지위에 기인한 불공정행위는 관행화됐다.

서울시 공정거래과 조일영 변호사는 “협동조합프랜차이즈를 육성함으로써 공정거래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서울시 공정거래과 조일영 변호사가 소속된 공정경제팀은 프랜차이즈업계에 만연한 불공정행위를 해소하는 일을 담당한다. 서울시는 프랜차이즈업계의 고질적인 불공정행위를 해결하기 위해 ‘협동조합프랜차이즈’에 주목하고 있다.

협동조합프랜차이즈는 가맹점주가 조합원으로 참여해 가맹본사(협동조합)의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협동조합프랜차이즈는 본사와 가맹점주가 동일하게 한표씩 의결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사업경영에 가맹점주의 입장을 반영하기 용이하다.

기존 프랜차이즈는 본사와 가맹점간 일방적인 예속관계로 불공정행위를 견제할 수 없었던 것과 달리,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춘 사업방식이다. 조 변호사는 “협동조합프랜차이즈를 육성함으로써 공정거래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버거킹,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1인1표 행사로 공동경영

서울시는 협동조합프랜차이즈 롤모델로 ‘버거킹협동조합’을 꼽았다. 1980년대, 버거킹은 이익배분과 식재료비 가격 등으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간 분쟁을 겪었다. 이들은 분쟁해결 방법으로 구매를 전담하는 협동조합을 공동 설립해 문제를 풀었다. 협동조합 운영원칙에 따라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모두 의결권을 한표씩 나눠가졌다. 경영에 직접 참여하게 된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에 신뢰를 갖게 됐고, 경영효율성도 높아졌다. 가맹점주가 공동으로 구매권한을 행사하자, 1991년부터 7년간 약 3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

구매부문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자체를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생고기 구이전문점 ㈜보리네협동조합은 가맹점주가 가맹본부 경영 전반에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협동조합프랜차이즈다. 일반 프랜차이즈와 같이 가맹점주들이 물류인프라와 운영시스템을 공유하지만, 가맹점주가 사업운영 과정에서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활동한다.

서울시 ‘경영능력 제고’ vs 중기부 ‘설립 초기 기반조성’

조 변호사는 “서울시는 협동조합프랜차이즈를 많이 늘리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이를 위해 공정경제팀은 올해부터 협동조합프랜차이즈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존 가맹본부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협동조합프랜차이즈 창업컨설팅도 지원한다. 서울시가 구성한 전문가집단이나 위촉전문가가 중장기컨설팅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협동조합프랜차이즈의 경영능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팀 김상철 주무관은 “중소벤처기업부도 협동조합프랜차이즈 지원사업을 진행하지만, 설립 초기 기반조성에 치우쳐 있다. 경영전문성 부족으로 성장성이나 지속가능성을 갖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상호보완을 통해 지원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경제팀은 이외에도 협동조합형프랜차이즈 활성화를 위해 토론회를 개최하고 우수사례도 발굴해 알릴 계획이다.

서울시, 협동조합을 프리랜서 영역에도 적용할 계획

공정경제팀은 향후 협동조합을 프리랜서 영역에도 적용·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조 변호사는 “프리랜서는 4대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데, 조합원이 되면 가능해진다. 협동조합 내에서 수익을 공유하는 등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협동조합을 통해 프리랜서에게 안전지대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