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자연수 김광호 변호사

이혼을 하면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을 경우 친권자, 양육권자를 결정하고 혼인기간 동안 만든 공동재산에 대해 재산분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일부의 경우 이러한 이혼이라는 제도를 사업적 리스크 헤지 또는 채무면탈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에 대해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실제로 문제된 사안을 살펴보면 첫 번째 케이스는, 남편이 용역회사를 운영중인데 사업이 힘든 상황에서 투자를 결정하며, 만일 투자에 실패해 채무를 지게 될 경우 살고 있는 집마저 지키기 힘들다는 생각에 배우자와 형식상 이혼을 하고 유일한 재산인 남편 명의의 집을 배우자에게 재산분할로 이전한 사안이다.

두 번째는 남편이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다량의 채무가 있어서 모든 채무를 변제하기 힘들어지자, 배우자와 형식상 이혼을 하면서 유일한 재산인 남편 명의의 집을 배우자에게 재산분할로 이전한 사안이다.

첫 번째 케이스와 두 번째 케이스 모두 사업에 실패했고, 채권자들이 남편 명의의 재산이 없어 추심할 재산이 없게되자, 이혼시 배우자에게 재산분할로 이전한 것은 채권자들의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했다. 배우자를 상대로 재산분할 약정의 취소를 구하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은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을 소비·이전해 무자력에 빠진 경우, 유일한 재산을 이전한 행위를 원상복귀시키는 소송이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이혼할 경우 부부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에 대해 그 기여도에 따라 분할비율을 정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은 채권자의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대법원은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초과 부분에 관한 한 적법한 재산분할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범위의 재산분할은 용인되지만, 과도한 재산분할은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초과 부분’은 개별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기에 이는 케이스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사업적인 리스크 헤지, 채무부담의 회피라는 목적을 위해 몇 십년을 함께 살아 온 부부가 이혼까지 고려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사해행위라는 것은 채권자의 채권이 먼저 발생해 있는 상태여야 하기에, 채권이 발생하기 전에 이혼을 한 첫 번째 케이스는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케이스의 경우 사해행위가 되는지는 재산분할이 상당한 정도를 초과했는지 여부에 있는데, 위 사안에서는 유일한 재산을 전부 배우자에게 이전한 것이기에 상당한 정도를 초과했다고 볼 수 있기에 사해행위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배우자는 재산분할로 이전받은 주택의 가액에서 상당한 정도를 초과한 1/2 지분에 대해서는 남편의 채권자에게 가액으로 배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유형은 개별 구체적인 사안마다 결론이 다를 수 있어 사해행위가 되는지 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으므로, 혹시라도 이러한 문제로 이혼을 고민 중에 있는 경우에는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아 실질적인 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로 재산을 이전 받은 경우에도, 채권자들이 과도한 재산분할이라고 주장하며 사해행위소송을 빈번하게 제기하고 있으니, 실질적인 이혼이라고 하더라도 이혼 당시에 채무상태를 고려해 적정한 재산분할을 하는 것이 송사를 피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결국 첫 번째 케이스 부부는 사업에 실패했지만 집을 지킬 수 있었고, 두 번째 케이스 부부는 사업에도 실패하고 집도 날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고 사업에 실패할 염려가 있다고 해 이혼을 우선적으로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 이혼을 할 경우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져서 부부사이에 마음까지 멀어질 수 있고, 결국 재산도 날리고 형식적인 이혼이 실질적인 이혼으로까지 가게 되는 더 큰 위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채무를 피하기 위한 이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사업적인 리스크 헤지, 채무부담의 회피라는 목적을 위해 몇 십년을 함께 살아 온 부부가 이혼까지 고려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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