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대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행한 견책처분과 직무정지·대기발령 처분, 그리고 직장동료 B에 대한 정직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쟁점2. 원고에 대한 견책처분=원고는 성희롱피해를 입증할 증언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동료직원에게 “호적에 빨간 줄 긋기 싫으면, 지금 당장 와. 다른 사람들에게 허위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면서 내 명예를 훼손한 것이 맞다면 고소하겠다”고 말했고, 피고는 이를 이유로 원고에게 견책처분을 내렸다.

대법원은 ▲동료직원 스스로 진술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건네줬고, 그 내용에 별다른 이의가 없었던 점 ▲피고가 원고에 대해 견책처분 사유로 삼은 행위가 불법행위나 사회통념에 비춰 징계의 필요성이 있는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과 이를 수용한 회사의 태도 ▲피고가 이 사건 견책처분과 비슷한 사유로 유사징계 처분한 사례가 없는 점 ▲피고의 견책처분 이후 원고가 기존에 수행하던 전문업무에서 배제되고 절도방조 혐의 등으로 직무정지와 대기발령을 당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 이후 피고가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을 종료하고 원고에게 원직복직명령을 한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견책처분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불리한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가 함께 마련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에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 서류가 직장동료 B는 물론 피고에게도 별다른 경제적 가치나 기밀로서의 가치가 없었던 점 ▲피고가 원고와 직장동료 B를 고소한 사건에서 검찰은 원고에게는 무혐의처분, 직장동료 B에게 기소유예처분을 내렸지만, 기소유예처분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취소결정을 받은 점 ▲피고가 대기발령의 정당성을 입증할 CCTV영상 제출을 거부한 점 ▲원고에 대한 견책처분이 부당하다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 이후 피고 스스로 고소사건 종결전에 재심판정의 결정을 존중하여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 종료와 원직복귀를 명령한 피고의 태도 ▲피고회사에서 종전 같은 사안에 대해 직무정지와 대기발령을 한 사례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의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처분의 정당성을 부인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이 정한 ‘불리한 조치’의 위법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판결이다. 아울러 피해근로자를 도와준 동료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징계처분을,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으로 확장 해석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취지를 살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사업장내 성희롱 사건 발생시, 사업주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이 부과될 수 있음을 기억하고, 성희롱 예방을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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