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A회사는 이 소송에서 A회사와 B사이의 근로계약이, B가 이력서를 허위 기재해 A를 속여 체결된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했고, 그 의사표시는 B에게 송달됐다.

대법원은 “백화점에서 의류 판매점을 운영하면서 그 매장의 매니저를 고용하려는 피고로서는 고용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백화점 매장 매니저 근무경력이 노사 간의 신뢰관계를 설정하거나 피고 회사의 내부질서를 유지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A회사가 B의 경력이 허위임을 알았더라면 B를 고용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대법원은 A의 근로계약 취소의사가 담긴 서류가 B에게 송달됐을 때, A와 B 사이의 근로계약이 적법하게 취소가 됐다고 봤다. 다만, 그 근로계약 취소의 효력은 소급되지 않고, 서류 송달 이후부터 유효하다고 봤다. 결국 A회사가 B를 해고한 이후부터 근로계약 취소 통보하기 전까지의 임금을 A회사는 B에게 지급해야 했다.

A회사는 솔직히 억울하다. 거짓 이력서를 제출한 직원을 해고했는데, 임금을 줘야 한다. 직원을 일단 채용하고 나면, 해고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이력서의 내용을 모두 검증하기도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대법원은 이런 경우에 해고가 아닌 근로계약 자체를 취소하는 방법을 인정하고 있다.

회사가 거짓 경력을 내세운 이력서의 내용을 모두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허위 경력자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근로계약 체결시 시용기간(試用期間)이나 수습기간을 두는 방법이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우리 민법에는 착오로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민법 제109조),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110조). ‘사기 혹은 강박’에 의해서 한 의사표시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으면 의사표시를 취소하기 쉽지만, 실제로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의사표시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기 위해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어야 하는데, 마찬가지로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근로계약서에 ‘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하게 된 중요 원인은 근로자의 ○○○ 경력임을 양당사자는 분명히 인지하고, 근로자는 사업주에게 제공한 근로이력이 사실임을 확인한다’는 조항을 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 조항은 근로자의 경력이 사업주가 채용을 결정하게 된 ‘중요한’ 이유임을 명백히 하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고가 아닌 근로계약의 취소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물론 이 문구 하나 넣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하나의 방비책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근로계약 체결시 시용기간(試用期間)이나 수습기간을 두는 방법이다. 수습기간 또는 시용기간이 끝난 후, 평가가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계약 해지 또는 계약 체결거부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계약서에 수습기간·시용기간을 둬야 하고, 이 기간 동안에 근무평정표가 제대로 작성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 노동법 체계에서는 일단 고용하고 나면, 해고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처음부터 잘 뽑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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