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기업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에 근로자파견을 금지한 조항이 제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기업활동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요구를 반영해 박근혜정부는 지난 2016년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용접과 주조 등 제조업 6개 뿌리산업에 근로자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파견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파견법 입법취지, 직접고용 증진 및 적정임금 보장

파견법 입법취지는 직접고용을 증진하고 파견근로자에게 적정임금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파견근로자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근로자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완성차업계의 불법파견근로자들이 대표적이다. 왼쪽바퀴를 조립하는 정규직 옆에서 오른쪽바퀴를 조립하는 불법파견 근로자들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복지 심지어 작업복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파견법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를 특정해 파견근로자 사용을 금지한 이유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국내총생산중 약 30%의 비중을 차지하고, 전체 근로자의 약 30%를 고용하는 기간산업이기 때문이다. 또 제조업의 핵심업무인 직접생산공정업무에 근로자파견을 허용하면, 제조업 전반으로 근로자파견이 확대돼 파견근로자의 고용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파견근로자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고용불안은 결국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의 적정한 운영 자체를 어렵게 한다는 산업·정책적 고려를 담은게 파견법 제5조제1항이다.

기업의 요구를 반영해 박근혜정부는 2016년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용접과 주조 등 제조업 6개 뿌리산업에 근로자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파견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7월 비정규직 확산 파견법 등에 맞서 결의대회를 하고 있는 민주노총.<사진=뉴시스>

파견근로자의 노동권 보장과 함께 산업차원에서 적정한 인력수급을 도모한다는 파견법 제5조제1항 입법취지에도 산업계 다수는 제조업 전반으로 근로자파견 확대를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연말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에서 파견법 제5조제1항이 합헌임을 다시한번 확인해 주는 결정을 내렸다(헌재 2017.12.28. 선고, 2016헌바346).

이번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파견근로자 사용이 금지됐음에도 이(제5조제1항, 제5조제5항)를 위반, 벌칙규정(제43조1의2)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은 법인사업자와 법인대표가 제기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제5조제1항, 제5조제5항, 제43조1의2)이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며, 위반시 형사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업주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했지만 기각됐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파견근로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사용사업주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사용사업주의 ‘직업수행의 자유(헌법 제15조)’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명시적·구체적으로 판단한 최초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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