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정권교체 시기에 반복적으로 CEO리스크를 겪었다. 연임을 자진 철회한 민영화 1기 CEO인 이용경 전 사장을 제외하고 남중수 전 사장, 이석채 전 회장이 각각 납품비리 혐의,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아 임기도중 하차했다. 현재 KT 수장인 황창규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CEO 비리를 사외이사가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CEO와 이사회간 담합적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3년9개월간 이사회 참석자 100% 찬성=이해관 KT 새노조 경영감시위원장은 5일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참여연대가 주최한 ‘KT 지배구조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KT이사회를 ‘담합과 무책임’으로 요약했다. 이 위원장은 “KT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40번의 이사회를 진행하고 모두 152건의 안건을 상정했는데, 모든 참석자의 100% 찬성으로 가결됐다”며 견제기능을 상실한 이사회를 꼬집었다.

5일 국회에서 열린 ‘KT 지배구조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노동자·소비자·주주 등 다양한 입장이 반영되는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셀프추천 지배구조…CEO리스크 근본원인”=KT의 사외이사와 회장 선출과정을 보면, 사외이사와 회장간의 담합과 공동운명체 지배구조가 드러난다.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사외이사들이 CEO추천위원이 된다.

이 위원장은 “KT의 지배구조는 셀프 추천구조다. 회장과 사외이사가 담합하면 책임경영이 전혀 이뤄지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가 민영화 이후 계속되는 KT CEO리스크의 근본원인”이라고 주장했다.

KT 역시 셀프추천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모르지 않는다. KT는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지배구조개편안을 공개했고,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한다. 개편안 주요내용은 최종 회장후보 추천권한을 이사회로 이관하고, CEO추천위원회 권한 중 일부를 지배구조위원회와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 이관해 심사프로세스를 단계화하는 방안이다.

문제는 이사회와 추천위원회,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의 인적구성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KT정관상 이사회는 11인이내이며, 사외이사 8명과 사내이사 3명이내로 구성한다. CEO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명,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이사 4인과 사내이사 1인, 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한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대안없이 외형적 절차만 개편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뜻있는 주주, CEO와 사외이사 담합 묵인 안해”=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KT가 내놓은 이러한 지배구조개선안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안 위원장은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거수기 사외이사를 방치한 이사들의 책임을 묻지 않았기 때문에 CEO리스크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석채 전 회장 경우 경영실적이 낮아졌음에도 연봉이 올라갔다. 이는 주주이익에도 반하는 실태”라며 “뜻이 있는 주주들이라면 사외이사와 CEO간 담합을 묵인하는 안건을 주총에서 부결할 것이다. 노조와 시민사회 대표 등 다양한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MBC사례처럼 공청회를 거쳐 회장을 선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해관 KT 새노조 경영감시위원장은 사외이사의 CEO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이사제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이사회와 CEO간 담합을 확실하게 감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내부사정을 가장 잘 아는 KT 노동자들”이라며 “노동자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면 CEO리스크를 불러올 만한 불법적인 경영을 사전에 견제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KT가 통신이라는 공적사업을 수행하는 만큼 소비자대표를 이사회에 포함할 것도 요구했다.

◇노동이사제 추진 전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을=참여연대 안 위원장은 노동이사제를 추진하기 전에 근로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동이사제가 아니어도, 근로자가 추천한 인사가 한두명 정도 이사로 선출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출하는데 국민연금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해관 KT 새노조 경영감시위원장은 “KT지분 11% 가까이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나서달라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을 포함한 소액주주가 너무 분산돼 있어 소액주주 운동도 잘 안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등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지침이다. 이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이사 11명 중 한명이라도 추천하겠다고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현배 전국통신소비자조합 이사는 소액주주의 경영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분산된 소액주주들의 권리행사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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