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대장정’ 붐이 일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시절 한 제약회사의 국토대장정에 참여하고 싶어 지원했더랬다. 참가자격을 얻지는 못했지만, 내 나라 곳곳에 발도장을 꾹꾹 찍고싶은 바람은 여전하다. 11년만에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다음달 판문점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며, 내 아이가 대학생이 될 무렵이면 아이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완전체 국토대장정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봄바람 같은 희망이 일었다.

평창올림픽이 열리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반도는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분위기였다. 일부 국가는 평창올림픽 참석 유무를 고민해야 할 정도였으니, 70여년의 분단국가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이야 오죽했겠나.

6일 청와대에 따르면, 대통령 특사단은 1박2일간의 평양 방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4월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것과 남북 정상간 핫라인을 설치할 것,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 등을 합의했다.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된 평화의 훈풍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 평양을 찾을 때는 충격과 감동이 교차했었다. 성과를 바라기 보다는 만남 자체가 의미 있었다. 7년 뒤 민주정부 2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다시 평양을 찾았다. 실사구시 측면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이 나왔지만, 임기 막바지란 한계로 연속성에서 길목이 막혔다. 그 사이 정권은 바뀌고 10년 동안 남북 간 대화는 단절됐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4년차이던 2016년 2월10일,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개성공단 수익금이 들어간다는 것이 이유였다.

전면 폐쇄 후 2년이 넘는 동안 공단 내에 사업장을 둔 120여개 업체는 발만 동동 굴렀다. 아니 속이 이미 타 들어 갔다. 그들뿐인가. 수천 곳에 이르는 협력업체 그리고 10만여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해당 노동자와 가족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 속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대북특사단 합의로 개성공단 재개가 당장 가시권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개성공단 기업인에게는 큰 희망이 생겼다. 이번 대북특사단의 성과를 바탕으로 4월 개최될 ‘남북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비롯한 남북경협사업도 의제로 다뤄지길 기대한다”고 논평을 냈다.

4월말에 열릴 예정인 3차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벌써 차고 넘친다. 북한 최고 권력자가 남한 땅을 밟는 것은 6·25전쟁 이후 처음이다. 특히 임기 첫해에 이뤄지는 회담이라 연속성도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성공단 확장까지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무엇보다 2년이 넘도록 개성공단 입주 기업, 특히 중소상공인들은 생존권을 걸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개성공단으로 가는 길을 다시 열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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