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무역구제조치 불똥이 당초 의도했던 중국기업이 아닌 한국기업으로 튄 꼴이다. 

미국은 중국이 ‘시장경제지위(Market Economy Status)’를 얻더라도, 중국제품에 대해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현재 중국은 비시장경제지위를 갖고 있다.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중국요구를 미국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지위는 원가·임금·환율·가격 등을 ‘정부가 아닌 시장이 결정한다’고 상대교역국이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 지난 2005년 중국에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했지만, 미국과 EU는 여전히 중국에 대해 비시장경제지위 딱지를 떼지 않았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의 덤핑수출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개념인 시장경제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국가의 기업은 국제무역거래에서 반덤핑제소를 당했을 때 불이익을 받는다. 덤핑률 산정시 수출국 국내가격이 아닌 비슷한 경제상황의 제3국 국내가격을 적용함으로써 덤핑률이 커져 고율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을 수 있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하면서 15년간 비시장경제지위를 감수한다는 조건을 수용했다. 2016년말 ‘15년 약정기간’이 끝났으니,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라는 중국과 시장 자유화 조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미국이 충돌했고, 지금까지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은 시장경제지위 인정을 거부하는 미국과 EU를 상대로 WTO에 제소한 상태다.

미국은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거부하는 한편 중국이 시장경제지위를 획득했을 때를 대비해 법을 개정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무역특혜연장법을 개정해 ‘불리한 이용 가능한 자료(AFA:Adverse Facts Available)’와 ‘특별시장상황(PMS:Particular Market Situation)’이 그것이다. 

<그래픽=조한무>   ©중기이코노미

문제는 ‘비협조’와 ‘비정상’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상무부가 자의적 판단으로 ‘비협조’와 ‘비정상’을 남발해, 피소기업에 고율의 덤핑·상계관세를 합법적으로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같은 무역구제조치의 주요 타깃은 중국이다. 그런데 엉뚱하게 혈맹·동맹임을 ‘주장’하는 한국이 직격탄을 맞았다. 

2015년 이후 AFA조치가 적용된 덤핑조사는 전세계 총 60건이고, 이 중 한국기업이 6곳이다. 이들 기업은 적게는 45%, 많게는 60%이상의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았다. AFA조치가 적용되지 않았다면 10~20% 수준에 머물렀어야 했다. 

PMS조치를 처음 적용받은 기업도 유정용강관을 수출하는 한국기업이다. 미국은 유정용강관 주재료인 열연코일의 한국내 구매가격, 낮은 전기세 등이 시장을 왜곡, 특별시장상황이라고 판단해 덤핑마진을 이전보다 높게 산정했다. 국내 유정용강관업체 산업구조 특성상 미국이 판단하는 ‘특별시장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게 한국무역협회 제현정 통상연구팀장의 분석이다. PMS조치에 따른 유정용강관업계의 피해는 이제 시작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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