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지역화폐 운영이 지속가능하려면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역화폐의 부정유통을 막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 돈이 지역에서 돌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의당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 추혜선 의원 주최로 14일 열린 지역사랑상품권 법안 발의를 위한 토론회.   ©중기이코노미

◇사회순기능…전세계, 지역화폐에 주목=전세계적으로 지역화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지역화폐는 세계화에 맞서 공동체 복원, 내발적 발전, 자원·에너지 낭비 감소, 생태환경운동,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복지 실천효과 등 순기능을 보여주며 지역차원에서 다양한 문제해결 수단으로 작용한다. 

국가의 공식화폐인 법정화폐와 달리 지역화폐는 소규모 공동체 안에서만 사용된다. 회원 간에 통용되는 화폐를 발행하거나 계좌를 개설함으로써 돈 없이도 회원 간에 재화와 서비스를 주고받는 사례도 있다. 국가나 정부가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는 법정통화와는 다르게 지역화폐의 가치는 그 통화를 운영하는 단체 및 커뮤니티에 의해 결정된다. 

지역화폐가 처음 등장한 곳은 오스트리아 티롤 지역의 뵈르글 마을이다. 1932년 대공황으로 실업자가 증가하자, 이 마을 주민들이 지역화폐의 일종인 ‘노동증명서(Free Money)’를 발급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켰다. 노동자가 일한 대가로 받은 노동증명서로 가게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가계에서 다시 농가로 순환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이후 1983년에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코목스밸리 지역에서 LETS라는 지역화폐가 통용됐다. 

한국에서는 1996년 녹색평론이라는 잡지를 통해 처음 지역화폐가 소개됐다. 이후 1998년 3월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미내사)’에서 미래화폐(Future Money)라는 이름의 지역화폐제도가 처음 도입해 운영됐다.

◇전국 100여 곳에서 지역화폐 유통 중=현재 국내에는 전국 100여개 지역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비롯 다양한 형태의 지역화폐가 운영되고 있다. 

지역상품권이 가장 활성화된 사례는 성남시다. 성남시는 2007년 연간 100억원 규모의 지역상품권을 발행해 판매했다. 2015년에는 133억원이 발행됐으며, 청년배당이 시행된 첫해 2016년에는 249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278억원이 발행됐으며, 올해 지역화폐 예상규모는 757억원에 이른다. 

성남의 지역상품권은 지역내 전통시장, 서점, 학원 등 7679곳의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가맹점에서 사용된 지역상품권은 판매처로 다시 회수되며, 지난해 상품권 회수율은 99.7%였다. 지역내 전통시장, 소상공인 가맹점에서만 사용가능한 지역상품권 판매는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증가로 이어졌다. 성남시는 올해 발행되는 지역상품권을 청년배당, 산후조리비, 생활임금, 아동수당, 청소년배당 등에 편성해 활용할 계획이다.

강원도 양구군은 2007년 처음 지역사랑상품권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판매액은 601억원, 지역내 전체 업소 중 가맹점 가입률이 95%에 이를 정도로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에서 제2화폐로 자리잡았다. 지역사랑상품권 활용으로, 침체된 양구군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자금의 역외유출을 최소화했다. 아울러 가맹점 매출이 증가되고 신용카드 수수료가 절감되는 등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부정유통 등 해결해야 할 과제 많아=하지만 관련 법안을 제정하고 지역화폐 활성화에 앞서, 유의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부정유통 문제다. 일명 상품권 ‘깡’으로 불리는 부정유통은 상품권의 취지를 갉아먹는다는 지적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법률에 부정유통에 대한 강력한 처벌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화폐 발생·운영을 위한 비용 문제도 있다. 지역화폐 발행·관리 활동은 상당한 노력을 장기적으로 해야 하며, 국가가 아닌 조직단위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역화폐는 유통과정에서 이윤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화폐의 제작단가를 낮추고 판매대행 수수료 및 결제시스템 구축비용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

지역화폐 운영의 지속가능성도 담보돼야 한다. 기존 지역화폐 도입 사례에서 보면, 경제활성화를 목적으로 관이 주도해 발행한 지역화폐의 경우, 단체장 교체에 따른 정책변화와 이용자 홍보 및 가맹점 확보 미비 등 준비부족에 따른 실패가 많았다. 또 공동체 활성화를 목적으로 민이 주도한 지역화폐 모델의 경우 운영재정 부족과 확장성 한계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민관협력을 통해 ‘경제+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한 안정적 운영을 위한 기금조성, 발행·운영에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의결기구(거버넌스)를 구성함으로써 지역화폐 활성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의 지역화폐 도입은 유통의 규모화가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오는 9월 시행예정인 아동수당을 중규모 지자체가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수백억원 규모의 돈이 지역내에서 순환되는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는게 남 센터장의 설명이다. 

추혜선 의원은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논의는 중소상인자영업자들과 지역공동체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추혜선 의원, 활성화 법률안 발의=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 법안발의를 앞두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상품권을 발행하고 환전,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지자체가 발행하는 상품권의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목적이다.

추 의원은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논의는 중소상인자영업자들과 지역공동체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논의돼야 한다”며 “지역사랑상품권의 유형은 진보된 지불수단을 포함해 깊이있게 다뤄야 할 것이고, 상품권 발행을 위한 실무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 법안에서는 기금으로 표기했지만, 기금이 마련돼지 않으면 상품권 발행 시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예산마련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상임회장은 “중소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지역에 돈이 도는 것”이라며 “지역화폐는 중소자영업자에게는 수혈과 같다. 전통시장 상품권 등의 성공적인 사례가 있으니, 지역 내에서 선순환되는 지역화폐가 활성화되면 중소상공인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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