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 사업이 대세다. 정부는 도시재생뉴딜사업 추진을 위해 올해부터 5년간 매년 10조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연말 도시재생시범지역 68개을 선정했고, 예산규모만 다를뿐 지방자치단체도 앞다퉈 도시재생사업에 뛰어든다. 도시재생사업의 선두주자인 서울시가 진행 중인 도시재생지역도 30여곳에 이른다.  

“도시재생도 젠트리피케이션을 야기하고 있는 실정”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구본기 소장은“도시재생은 관념어다. 마치 ‘창조경제’와 같은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없이 수사만 요란하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구 소장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사례로 돈의문의 ‘박물관 마을’을 꼽았다. 박물관 마을은 2004년 돈의문 뉴타운사업지구계획상 1구역에 해당했던 지역이다. 당시 뉴타운사업에 대한 난개발 논란이 일자, 조합은 아파트 용적률을 올리는 조건으로 1구역을 서울시에 기부체납했고, 서울시는 돈의문을 ‘서울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했다. 이후 박물관 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철거가 진행됐고, 상가세입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금없이 비자발적으로 이주했다는게 구 소장의 얘기다. 

구 소장은 “장사는 상인에게 생명이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이라도 받아 다른 곳에 가게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먼저 떠났다. 투쟁에 들어갔던 사람들도 결국 용역업체가 제시한 합의금을 받았다”며 세입자에 대한 배려없이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 결과,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했던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도시재생은 관념어 ‘창조경제’와 같은 것…수사만 요란”

따라서 도시재생사업은 재개발과 뉴타운사업을 포함하며, 기존 도시개발 방식의 문제점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시재생은 관념어다. 기존 도시개발 방식인 재개발과 뉴타운사업을 일정부분 포함하지만,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방식이라는게 도시재생 담론을 주도하는 정부와 학자들 설명”이라며 “마치 ‘창조경제’와 같은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없이 수사만 요란하다”고 주장했다.

도시재생을 명확하게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도시재생특별법에 따르면, 도시재생이란 ‘쇠퇴하는 도시를 역량강화, 새로운 기능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해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도시재생사업은 정부가 도시재생을 위해 추진하는 일련의 사업, 공동체활성화사업, 재개발·뉴타운사업, 상권활성화사업, 공공주택사업 등으로 규정된다. 

<주택거래특별법에 규정된 '도시재생사업'>

구 소장은 “도시재생에는 모든 도시개발사업이 들어가 있다. 정부가 지역을 선정해 어떤 사업이든 진행하면 도시재생이 된다. 법에 따르면 보도블록 교체도, 전면철거도 도시재생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도시재생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야기하진 않지만, 젠트리피케이션 원흉으로 지목돼 온 재개발과 뉴타운사업 형태로 진행되는 도시재생은 명백한 위험요소”라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없는 도시재생을 위해 정부가 구체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하는 이유라고도 했다.

◇과거 사업 분석=정부가 5년간 50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에 대해 구 소장은 “너무 급하다”고 지적했다. “지금 당장 대규모 자금을 풀면 안된다. 2013년부터 5년간 도시재생을 진행했는데, 문제점이 드러났다. 과거 사업내용, 부작용과 성과 등 결과를 분석해 대안을 마련하고 나서 자금을 풀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상가세입자의 주민협의체 참여=도시재생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상가세입자가 주민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구 소장은 “현행법에는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세입자 입장을 고려해야 할 근거가 부족해 주민협의체를 통해 상가세입자 의견을 사업에 반영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도시재생특별법을 개정해 일정 수 이상의 세입자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는 조항을 추가해야한다”고 했다.

◇도시재생 관점 전환=도시재생을 외부가 아닌 내부, 특히 세입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인지 고민해야 한다. 지역이 낙후했기에 이런저런 사업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는게 혹시 외부시선으로 봤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업 진행주체가 상업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다”며, “인테리어를 비롯한 투자비용과 단골 등을 고려했을 때, 상인에게 가게 위치를 옮기는 건 상당한 피해”라고 했다.

물론 정부와 학자들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상인들이 겪는 피해를 모를리 없지만, 도시재생을 연구하고 집행하는 주체가 지역 당사자인 상가세입자를 포용하기 위한 좀 더 열린 가슴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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