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을 해소하는 ‘착한’ 산업혁명을 고려해야 한다. ‘돌진적’ 성장에서 ‘성찰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카이스트 박희경 부총장이 최근 여야 국회의원이 주최한 ‘한국형 스마트 조선·해운 4.0,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사회적 부담은 4차 산업혁명 발전을 저해하기에, 적절한 분배가 4차 산업혁명 선결과제이자 주된 목표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박 부총장에 따르면, 산업혁명은 ‘기술혁신-산업정착-사회혁신’의 순환과정을 거친다. 그는 “사회변화를 유발하고 새로운 사회체계가 정착됐을 때를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 초기에는 완만한 경제성장을 이루다, 중반기가 되면 정점에 다다른다. 이후 후기에 이르면 안정화 단계를 거치고, 다시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카이스트 박희경 부총장은 적절한 분배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발전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제대로 된 분배과정 없어 한국은 3차 산업혁명 머물러”

하지만 미국과 달리 한국의 산업혁명 과정을 보면, 성장은 급속하게 진행됐지만 분배가 촉진되고 안정화되는 단계가 생략됐다.

박 부총장에 따르면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2·3차 산업혁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돌진적’ 성장과정을 거쳤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제대로 된 분배과정이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은 여전히 3차 산업혁명에 머물러 있다”며 “경제가 집중되면 위험과 재난은 약자에게 전가된다. 경제가 불평등하면 모든게 불평등해진다. 최근 한국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경제성장을 이루다 보니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늦어졌다”고 말했다.

‘돌진적’ 성장에 따른 문제점을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에 올바로 대응하기 위해서 박 부총장이 제시한 대안은 ‘착한’ 산업혁명, 즉 ‘성찰적’ 성장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구호와 함께 성장에만 집중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외면하면, 불평등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4차 산업혁명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한편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박 부총장은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회는 리더십, 종교·문화, 참여·소통, 제도·규제, 일자리·경제, 조직화, 인프라·기술 등이 조화를 이룰 때 성장하는데, “국가는 각 요소들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조정해, 기술 등장으로 인한 폐단을 막을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박 부총장은 “일자리가 줄어들면 로봇세 등 제도를 만들어 사회를 안정화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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