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의 집산지로 발달한 안성장은 조선시대 3대 시장의 하나로 대단한 규모를 자랑했다고 전해진다.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안성맞춤시장은 현재 청년·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전통시장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경기도 안성은 경상, 전라, 충청 등 남쪽 지역의 물화가 서울로 이송되는 길목이었다. 물류의 집산지로 발달한 안성장은 ‘조선시대 3대 시장’의 하나로 대단한 규모를 자랑했다고 전해진다. 안성맞춤시장(이하 안성시장)에서 38년째 한복점을 운영하고 있는 안성시장상인회 김순자 회장은 30여년 전만해도 장사가 잘돼, 상인들이 저녁에 그날 번 돈을 다 못 세고 잠들 정도였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며 안성시장도 쇠퇴해갔다. 안성지역 인구는 정체되고, 인근에는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여기에 더해 활력을 잃어가는 상인들의 구태도 쇠퇴에 한 몫을 했다. 김 회장은 10여년 전 ‘이 시장은 이제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세상은 변하는데, 시장은 자꾸 낡아가고 업종도 판매방식도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악취가 나고 어두운 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안성시가 대기업 공장을 유치하고 고속도로를 유치하는데 공을 들였지만, 교통이 편리해진 만큼 젊은 사람들은 대도시로 나가 소비한다. 이곳에 집을 두고 서울이나 평택 등 인근지역으로 출퇴근을 한다. 젊은 사람을 머무르게 할 뚜렷한 대안도 찾지 못하고 있다.

안성시장에서 38년째 한복점을 운영하고 있는 안성시장상인회 김순자 회장.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상인회가 조직된 것은 불과 6년전이다. 낙후된 시설부터 바꿔보자며 찾아간 소상공인시장공단에서 전통시장 현대화시설 지원을 받으려면 상인회 조직이 필수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상인회 조직의 시작이었다. 김 회장은 단합이 어려웠던 상인들을 설득해 상인회를 구성한 후, 하수도를 비롯해 골목골목 청소부터 시작했다. 상인대학을 열고 상인들에게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면서 차츰 상인들도 변해갔다. 시장이 변하려면 상인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설개선을 위해 당시 시장을 돌아보니, 시장의 빈 점포가 문제였다. 안성시장은 40여년전 지어진 건물이다. 2층 규모의 건물들이 마주보며 긴 골목을 만들고 있으며, 그곳에 200개 정도의 점포가 있다. 이 중 2층 점포는 거의 빈 상태였으며, 1층 점포도 15개 가량이 빈 채로 방치돼 있었다. 상인회는 안성시와 함께 시장활성화와 빈 점포 활용을 위해 대책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빈 점포 공간에 청년몰을 유치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장사 어려운 외진 곳에 청년들 억지로 몰아넣으면 안된다

2016년 12월부터 현재까지 1층 15개의 빈 점포 중 11개 점포가 청년들로 채워졌다. 청년 점포는 전통시장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활력을 불어넣었다.   ©중기이코노미

안성시장 ‘청년상인협동조합 징’의 김도영 이사장은 2014년 안성지역 거점생활권활성화 로드맵 수립의 연구용역을 담당하며 안성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안성지역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활동하던 김 이사장은 다른 지자체의 전통시장 청년몰 사례를 살펴보니, 장사를 하기가 어려운 외진 공간에 청년들을 몰아넣고 억지로 활성화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에 반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안성시장은 시장으로 입지가 아주 좋은 곳이다. 교통의 중심지인데다 구도심과 신도시가 만나는 지점이고, 인근에 한경대학교,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등이 위치하고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이 때문에 고객을 이끌 수 있는 업종과 공간만 마련되면 얼마든지 많은 사람이 찾아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상인도 살고 청년들도 살 수 있는 상생의 시장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존 상인들과 업종이 겹치지 않으면서도 시너지와 활력을 낼 수 있는 젊은 상인을 수소문했다. 직접 발품을 팔아 청년 상인들을 유치했고, 그 결과 2016년 12월부터 현재까지 1층 15개 점포 중 11개 점포가 청년들로 채워졌다.

안성시장 ‘청년상인협동조합 징’의 김도영 이사장은 “시장 빈 공간을 활용해 젊은이들의 창업공간, 제품 생산공간으로 활용하고 시장에서는 전시와 유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 이사장은 1년 반 정도의 기간동안 폐점하는 상점도 없었을 뿐 아니라 매출도 만족할 만큼 나와 청년상인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또 수제버거, 카페, 청춘반점 등 먹거리 상점은 기존 상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상점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안성에 있는 대학에서 공예와 예술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들은 대부분 서울이나 인근 도시로 가 소비를 했는데, 최근에는 안성시장을 많이 찾고 있다”며 “앞으로는 비어있는 2층 공간을 활용해 젊은이들의 창업공간, 제품 생산공간으로 활용하고 시장에서는 전시와 유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인회, 신세계이마트, 안성시…상생협력 머리 맞대다

폐점 위기에 있던 화인마트 한켠에 입점한 신세계이마트 노브랜드(위)와 어린이 희망놀이터(중간) 그리고 방문객의 편의성을 높인 지하 주차장(아래).   ©중기이코노미

지난해 1월에는 신세계이마트가 자사 PB브랜드인 노브랜드 입점을 제의해왔다. 상인들의 반발이 있었다. 상인회와 신세계이마트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시장과 업종이 겹치지 않도록 하고, 시장을 위한 지원도 약속했다.

노브랜드는 별도의 상점을 두지 않고 안성시장에 위치한 기존 ‘화인마트’의 일부분을 활용해 노브랜드 제품을 들여놨다. 시장 지하상점에 있는 화인마트는 폐점위기에 처한 곳이었다. 김 회장은 안성시에 화인마트와 시장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안성시와 상인회·화인마트·신세계이마트 4자가 협의해 화인마트에 노브랜드가 입점하게 된 것이다.

신세계이마트는 이와함께 화인마트 앞에 어린이 희망놀이터도 마련했다.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모가 이 시장을 보다 편리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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