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월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노사 모두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90년 이후 28년만에 내놓은 전면개정안의 내용 그 자체도 문제지만, 개정안 준비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게 이유다. 

산안법은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대부분 사용자의 의무를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사업장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등 근로자의 참여방안 등을 포함, 근로자의 역할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산안법이 입법목적에 따라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산업법 적용 대상자인 사용자와 근로자의 참여·협력이 절대적이다.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대해 노동계가 내용과 절차 부실을 주장하며, 개정안 전면철회를 애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와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 전승태 산업안전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전면개정안이 너무 짧은 기간에 만들어졌다. 정부측 설명을 일방적으로 듣는 자리는 있었으나, 경영자측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은 없었다”며, “정부가 이해당사자와 논의없이 입법을 추진했다는게 노사간 공통된 문제인식”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의 반응은 더 격하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조기홍 본부장은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이번 개정안이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목적과 철학이 일부 반영됐을 뿐이다. 정작 바꿔야할 부분은 개선되지 않았다”며 “법안통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제대로 된 법안이 통과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도 “연구회의나 간담회 형식으로 노사가 참여해 큰 틀에서 방향을 논의하긴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의견수렴은 없었다”고 말했다.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절차상 의견수렴 과정이 없었으니,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노사간의 이견이 생길수 밖에 없다. 원청책임 확대, 위험작업에 대한 도급금지, 수강명령제도, 처벌강화 등에 대해 경영자측은 범위와 강도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근로자측은 부족하다고 맞선다. 

정부 역할은 양측 의견을 충분히 듣고 조율해, 법이 현실에서 가장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개정안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저 ‘오래됐기 때문에 바꿀 때가 됐다’는 식으로 산안법 전면개정에 접근해선 안된다. 산안법 전면개정은 28년 된 법을 뜯어 고치는 것이고, 앞으로 십수년 혹은 수십년 산업안전을 좌우할 작업이다. 입법을 빨리 하는게 중효한 것이 아니라 실효성있는 법안을 만드는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산안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업장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27일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공청회 한번을 끝으로 입법까지 완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남은 입법과정에서 노사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수정·보완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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