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확산되며 정치·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그와 더불어 페미니즘이 화두가 돼 수많은 토론의 장 또한 형성돼가는 분위기다.

“남편의 아내가 되기 전에 내 자식의 어미가 되기 전에 첫째로 나는 사람인 것이오.” 한국 현대회화의 상징적 대가 나혜석이 남긴 말이다.

‘세뇌에 감염’, oil on canvas, 145.5×90.7cm, 2017

Q. 간단히 작품세계를 소개해달라.

저는 제가 처한 상황이나 현실에 대해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 환경에서 파생되는 개인적인 감정들을 표현하는데, 이를 확장해서 다수의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려는 바람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페미니즘 계열의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있는가?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건,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사실 제가 예전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전에는 직접적으로 느껴보지 못했던 인종차별이나 성추행, 성희롱을 경험하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굉장히 충격을 받았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태어났을 때부터 여성으로서 차별을 겪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돼서 작품에 표현하게 됐어요.

굳이 무언가를 바꾸겠다는 의도보다는 제가 느꼈던 감정을 캔버스에 가둬둠으로써 감상하시는 분들도 그걸 같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갖고 있어요.

Q. 다양한 표현의 소재 중 작가 자신을 대상으로 삼는 이유가 있는가?

제가 느낀 감정으로 시작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저를 통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진을 찍고 편집한 이미지를 페인팅으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하나하나의 작품들이 제작되는데, “모델을 써볼까?”라는 생각도 해봤었지만 한 번 섭외해서 해봤더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이미지들이 결과물로 나와서 스스로를 대상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사진을 찍고 작업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작품이 제작되는지?

일단 제가 배낭여행 중 겪었던 경험과 기억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시리즈이기 때문에 그 당시의 사진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제작하고 있어요.

최대한 많은 사진 이미지를 제작하고 어떤 이미지들이 서로 가장 잘 조화될 수 있을지 다양한 경우의 수를 컴퓨터로 레이어를 겹치며 실험해 보고 원하는 이미지가 형성되면 그때 캔버스에 옮기는 형식으로 작업을 제작하고 있어요.

Q. 왜 겹쳐지는 이미지로 작품을 제작하는지?

‘옮아서 묻다’, oil on canvas, 145.5×90.7cm, 2017

Q. 자신을 대표하는 작품이 있다면 한 점 소개해달라.

‘세뇌에 감염’을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근데 사실 제 작품의 주제는 다 통일이 돼 있어서 주제는 다 공통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다만, 표현적인 측면에서 이 작품이 다른 작품보다 움직임의 표현에서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고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체념의 표정과 감정이 잘 담긴 작품이라서 소개하고 싶어요.

Q. 기존에 플럭서스나 YBA의 몇몇 작가들처럼 페미니즘 성향의 다양한 작가가 존재하는데, 본인 작품에 영향을 준 작가가 있는지?

사실 페미니즘 작가라고 분류하는 것 자체가 좀 그렇긴 한데,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나혜석 작가님을 존경하고, 또 프란시스 베이컨을 좋아해요. 나혜석 작가님은 그 시대에 정말 전설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프란시스 베이컨은 주제적 측면은 저와 분명 다르지만, 감정을 담아내는 표현적 측면에서 공감을 느껴 끌리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페미니즘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 중 페인팅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일단 저는 평면적인 작업을 좋아해요. 종종 이미지를 편집 후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방식 때문에 그냥 사진작업으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그런데 저는 사진 작품을 위해 촬영을 하는 게 아니라 페인팅을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 개념으로 사진을 활용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작품화하고 싶진 않거든요. 뭔가 사진은 굉장히 순간적인 결과물인데 페인팅은 한 달, 두 달 시간이 쌓여가고 바라보고 연구할 때마다 제 감정이 더 깊게 담겨가는 것 같아서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Q. 아직 신예지만 오히려 작업적인 고민이 많을 것 같다. 현재 작가로서의 고민은?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 작가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었을 때의 걱정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계속 페미니즘을 담아내는 작업을 하다보니 주변에서도 다양한 피드백을 해서 제가 혹시라도 주변에 의해서 꺾일까 봐 스스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 작품의 중심에는 항상 여성의 현실이 담겨있을 거고 그를 통해 더 공감하며 이야기하고 싶어요.

Q.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달라.

일단 단기적인 계획은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원에서 열심히 배우며 작업을 쌓아나가겠다는 게 1차적인 목표이고, 장기적인 계획은 계속 페인팅 작가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문화와 교류하며 계속 새로운 상황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작업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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