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이 벌어지는 노동현장에서는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인 조합원에 대해 회사가 징계나 해고, 손해배상청구 등을 통해 압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뿐만 아니라 회사에 우호적인 복수노조를 만들어 노노·노사간 갈등이 중첩되면서 사업장내 감정적·물리적 다툼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2011년 노조의 파업과 그에 맞선 회사의 직장폐쇄, 노조 조합원을 상대로 한 수백건 이상의 고소·고발을 포함한 노사간 법정다툼, 노조 설립·운영 과정에 회사가 지배·개입했던 부당노동행위, 오늘 현재까지 7년이상 노사갈등이 계속되는 회사가 있다. 현대자동차에 피스톤링 등 내연기관 부품을 납품하는 충청남도 아산 소재 유성기업, 이번에 소개하는 사건의 무대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이하 유성지회)는 2011년 주간연속 2교대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파업 개시일 바로 회사는 공격적(불법) 직장폐쇄를 단행한 후 조합원 27명을 징계해고하고, 친기업노조 설립을 지원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 결국 유성기업 회장과 노무담당 임원들은 부당노동행위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확정받았다.   

사용자의 불법행위는 형사처분으로 매듭지어졌지만, 불법·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조합원들의 정신적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파업종료 후에도 유성지회 조합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는 계속됐다. 급기야 회사의 수차례 징계, 고소·고발 등에 따라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던 조합원 한명이 2016년 자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 역시 유성기업 파업 전후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로 ‘적응장애’ 진단을 받은 노동자 A다. 그리고 이 사건의 쟁점은 노동자 A의 ‘적응장애’가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이 사건 재판에서 원고인 유성기업은 근로복지공단(피고)이 노동자 A에게 내린 처분(업무상 질병 판정)을 취소해달하고 주장했고, 지난 3월8일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서울행법 2018.3.8. 선고, 2016구단59464).

노동자 A는 유성기업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 4월23일 을지대학교병원에서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 을지대학병원은 “(노동자 A가) 노동조합과 회사간 갈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분노감, 불안, 불면, 우울, 비특이적 신체증상 등이 지속되어 향후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이 사건 피고인 근로복지공단도 “(노동자 A가) 2011년 5월18일 시작된 노사분규 이후 2011년 10월19일 징계해고되었다가 2013년 6월3일 징계해고가 취소되어 업무에 복귀했으나, 그 이후에도 업무배제 및 출근정지의 징계처분 등으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유발될 만한 업무환경에 노출된 것”이라며 노동자 A에 대한 요양승인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에대해 이 사건 원고 유성기업은 노동자 A의 적응장애가 유성지회의 불법적 노조활동 때문이라며 요양승인 결정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A가 소속된 유성지회가 “장기간 쟁의행위를 지속하면서 원고와 대립관계에서 원고(회사)의 노무지휘권을 사실상 박탈한 상태”였기 때문에 “원고의 지배·관리 하에서 원고와 근로계약에 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 이상, (노동자 A의 적응장애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