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새해 벽두부터 역사교과서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친일·독재 미화’로 역사왜곡 논란까지 불러 왔던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선정한 고등학교에서 학부모, 학생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채택을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마지막까지 이 교과서를 고수해 온 한 고등학교에서 “한국사 교과서 선정 절차를 다시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힘에 따라 교학사 교재를 선정했던 학교 대부분이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게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교학사 교과서 반대’라는 대자보가 학교 곳곳에 나붙어 해당 학교 측이 서둘러 이를 철거하는가 하면, 대구의 한 학교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항의 방문을 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보면 ‘위안부가 일본군 부대를 따라다녔다’고 적혀 있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일본군에 끌려간 게 아니라 스스로 위안부가 됐다는 말이냐”며 눈시울까지 붉혔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철회하라”는 항의가 빗발치자 ‘교학사 교과서는 교육부 검정을 최종 통과한 총 7종의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항의 자체를 비정상적인 행위로 규정짓기도 했다. 심지어 새누리당에서는 “교학사 교재를 택한 학교에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는 요구까지도 나왔다.

문제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교과서를 왜 채택했느냐에 있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등의 서술도 문제점으로 비판을 받아 왔지만 오류도 있고 내용도 부실한 ‘불량 교과서’라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왜 하필 이런 교과서로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려 했느냐는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 철회한 수원의 한 여고 역사교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사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수차례 외압이 있었다. 교과서 선정을 놓고 두 달 가량 어느 한 사람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큰 누군가의 외압을 받고 있는 학교장으로부터 몇 차례의 간절한 부탁을 받았다. 끝까지 막지 못하고 타협 아닌 타협을 하게 된 국사 선생님들 네 분은 지금 아이들에게 무척 부끄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역사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학교의 자율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외압에 의해 선정됐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학교 현장의 혼란을 불러 온 교육부에 대해 책임론이 불거지자 6일 느닷없이 교육부는 교과서를 철회한 학교를 대상으로 특별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교학사 교과서 선정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는 한 역사 교사의 양심선언 때는 모른 채 하다가 채택 철회가 잇따르자 “외압 여부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21종 가운데 대다수(인재근 국회의원은 15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가 독도영유권을 주장한 일본 교과서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심지어 교학사 교과서는 위안부, 관동대지진 등에 대해 일본 우익의 후소샤 교과서보다 더 제국주의를 미화할 정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니 말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한 일본 시민들이 이를 보면서 “일본 우익들의 주장과 같다”는 지적에 고개를 못들 지경이다.

과연 대한민국 교육부가 역사를 왜곡한 일본 교과서에 대해 어떻게 수정을 요구할 것인가? 검정을 최종 통과한 교과서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일본이 우긴다면 그대로 수긍할 것인가? 이 모든 혼란과 피해의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앞으로 또 다시 우리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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