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은 민심을 대변한다. 정당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목소리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논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정당의 다양성은 정치가 수용할 수 있는 민심의 다양성과 비례한다. 하나의 정당만 존재하는 국가에서, 국민은 개별적 특성을 가진 사회 구성원이라기보다 통치 대상에 가깝다. 또 진보·보수 두개의 정당만 활동하는 국가의 국민은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매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의 중간지대를 아우르는 정당이 활성화된 국가에서, 국민은 정치적 균형을 고민할 기회가 많아진다. 또 환경보호·핵폐기 등 구체적인 주제를 슬로건을 내건 정당이 다수 존재한다면, 그 나라 국민은 해당문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4일 정치개혁소위원회를 열어 사문화된 ‘소수정당 퇴출조항’을 되살리기 위해 정당법 개정안 통과를 시도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당이 두번의 총선에서 의석을 하나도 얻지 못하거나, 두번의 총선에서 1%미만 정당득표율을 기록한 경우 그 정당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등록을 취소한다. 원내 6석을 가진 정의당을 포함, 민중당·노동당·녹색당·우리미래 등 소수정당의 비판이 거세자 헌정특위는 개정안 통과를 보류하고 재논의하기로 했다.

소수정당 퇴출조항은 지난 2014년 1월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했음에도, 게으른 국회 탓에 현행 정당법 제44조제1항제3호에 ‘그대로’ 존재한다. 이에따라 정당이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하여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때’ 그 정당의 등록은 취소된다. 

소수정당 퇴출조항이 위헌이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진보신당·녹색당·청년당이 2012년 제19대 총선에 참여했다가 당선자도 못내고, 유효투표총수 2%이상 득표하지 못해 등록이 취소되면서다. 이들 정당이 정당법 제44조제1항제3호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가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정당은 국민의 다원적 정치의사를 유도·통합함으로써 정치적 의사를 형성한다’고 전제하고 ‘소수정당 퇴출조항이 신생·군소정당이 성장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정치적 다양성과 정치과정의 개방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위헌사유를 적시했다. 

소수정당 퇴출조항을 바꾸란 헌재 결정을 3년이상 이행하지 않다가, 뒤늦게 국회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꼼수’로 응답했다. 소수정당 등록취소를 엄격하게 제한했다면서 헌정특위가 개정한 내용은 총선 횟수를 ‘한번’에서 ‘두번’으로, 최소득표율을 ‘2%이상’에서 ‘1%미만’으로 바꾼게 전부다. 다원적 정치의사를 유도·통합하기 위해 신생·군소정당이 성장할 기회를 보장하란 헌재의 결정문 취지를 정면으로 반대했다고 밖에는 해석이 불가하다. 

헌법 제8조제1항은 정당 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도를 보장한다. 또 동조제4항에 따르면 정당해산은 그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경우에, 그것도 법원이 아닌 헌법재판소 심판 절차를 거쳐야 한다. 헌법 제8조제1항과 제4항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지 않는 한, 정당활동의 자유를 국가가 적극 보호함으로써 대의민주주의 이념을 정치에 구현하고자 함이다. 

이같은 헌법정신에 비춰보면 헌정특위가 내놓은 이번 정당법 개정안은 위헌 가능성이 크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정당해산’ 명령과 ‘정당등록취소’ 처분은 동일한 효과가 발생함에도, 양자의 법률요건이 형평성 견지에서 현저하게 부당하기 때문이다. 전자는 ‘민주적 기본질서’ 에 반할 정도의 중(重)한 요건을 갖춰야 하는 반면 후자는 ‘국회의원 1인 유무·1%미만 득표’수준의 경(輕)한 요건만 구비하면 된다. 

사족이지만 국회의원선거에서만 국민의 뜻을 알 수 있고, 대선과 지방선거는 민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집권여당과 극우·보수 야당간의 야합은 당장 중지돼야 한다. 소수정당 퇴출조항은 제도정치권에 이미 안착한 기존 정당의 기득권만 보장하겠단 욕심 이외 존재이유가 없는 반민주 조항이다. ‘정당난립 예방’이란 미명으로 또 다른 가치, 새로운 이념을 주장하는 정치세력의 정치권 진입 자체를 봉쇄하는 반헌법 조항이다. 소수정당 퇴출조항, 정당법 제44조제1항제3호는 문구를 바꾸는게 아닌 삭제되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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