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패를 줄이기 위해 부패에 대한 처벌 등 제도개선과 함께 인권경영을 확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할 능력이 훼손되는 비윤리적 상태가 부패이기 때문에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문형구 교수는 19일 ‘기업 반부패 경영 협력 포럼’ 세미나에서 “기업들은 대개 금품을 받지만 않으면 청렴이라고 여기는데, 이는 부패에 대한 협소한 생각”이라며 부패를 보다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패 정의 협소…“합리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 부패”

‘기업 반부패 경영 협력 포럼’ 세미나에서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문형구 교수는 “기업들은 대개 금품을 받지만 않으면 청렴이라고 여기는데, 이는 부패에 대한 협소한 생각”이라며 부패를 보다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문 교수는 이보다 확장된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합리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 부패다. 사적이익 추구와 관계없이,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할 능력이 훼손되는 비윤리적 상태가 부패”라며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뇌물, 가장 반경쟁적인 행위…반자본주의적 성격 가진다”

부패는 반(反)자본주의라는게 문 교수의 설명이다. 문 교수는 “뇌물은 가장 반경쟁적인 행위중 하나다. 역량이나 경쟁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기 때문에 반자본주의적 성격을 가진다”고 했다.

뇌물이 오가는 부패가 만연하면 ‘죄수의 딜레마’ 현상이 나타난다. 문 교수는 “기업들이 서로 협력해 뇌물을 주지 않으면 실력에 기반을 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지만, 상대방이 뇌물을 주면 자신이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결국 모두 뇌물을 주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업 부패를 줄이기 위해 제도개선과 함께 인식전환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제도만으로는 부패를 없앨 수 없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인간을 존중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며, “합리적 의사결정을 막는 비인간적 상황으로 인해 뇌물을 주고받게 된다. 조직이 인간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리경영 교육이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민감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며 교육의 질적 향상을 주문했다.

“개인이 (조직에) 저항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문 교수는 기업뿐 아니라 개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 개인이 부패개선 의지를 관철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개인가치관과 조직이 충돌할 때, 대개 상대적 약자인 개인이 포기한다”며 “개인이 저항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담합행위에 대해 개인을 처벌하면 기업의 부당한 압박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준법지원인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2012년 시행된 준법지원인 제도는 일정규모이상 기업은 준법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변호사나 법학교수 등 법률전문가로서 자격을 갖춘 준법지원인을 1명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했다. 

문 교수는 “기업들이 준법지원인 역할을 규정하지 못해 내부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며 “법무팀은 사전에 계약을 검토하고 감사팀은 사후에 문제를 지적한다. 준법지원인은 위법을 예방하는 한편, 윤리적 문화를 조성하는 역할도 전담해야 한다. 비윤리적 행동의 원인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족한 ‘기업 반부패 경영 협력 포럼’은 여야 의원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 한국투명성기구 등이 참여해 기업부패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정부정책과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자료=국민권익위원회>

한편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18일 ‘5개년 반부패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함께하는 청렴 ▲깨끗한 공직사회 ▲투명한 경영환경 ▲실천하는 청렴 등 4대 전략분야 50개 과제가 담겼다.

◇위법한 지시·명령 거부 법제화=공직자가 상관의 명백하고 위법한 지시명령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거나, 이행을 거부할 수 있도록 복종의무의 한계를 명시한다. 위법한 지시‧명령에 대한 이의제기 또는 이행거부를 사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불이익 금지규정도 마련한다.

◇기업 준법경영시스템 실효성 확보=준법지원인이 기업 준법경영시스템의 실질적인 통제·감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준법지원인 선임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제재수단을 신설하고, 준법지원인의 내부비리 고발의무를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공직자 청렴교육 강화=고위직 맞춤형 청렴 교육과정 운영을 확대하고, 부패방지 시책평가를 통해 실시여부를 점검한다. 청렴연수원 교육과정을 개편해 공무원·공직유관단체·교사 등 교육생 유형과 교육목적 등에 따라 구분·운영한다. 또한 부패·공익신고자, 법조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가 청렴강사로 활동하도록 기반을 마련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1068명이던 청렴교육강사를 2022년까지 매년 500명씩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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