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회자되는 ‘매트로 프로그램 이용 여론조작 사건’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드러난 사실은 닉네임 드루킹을 쓰는 정치 브로커가 네이버 등 포털에서 댓글달기 그리고 호감과 비호감 반복누르기를 통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정치인 누구에게 도움을 줬고 어떤 대가가 오갔는지는 밝혀져야 할 과제다. 어찌 됐든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범죄다. 단죄가 마땅하고 관련 정치인이 있다면 낱낱이 밝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여론조작 범죄에서 네이버 등 포털은 책임이 없을까? 없다고 말하기가 힘들다. 공감·비공감을 누르는데 횟수에 제한이 없고, 자체적으로 기사를 선별·재배치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의도가 개입될 여지도 있다. 또 인링크 방식을 취함으로써 여론을 한곳에 편중되게 해서 조작의 대상이 될 위험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고 몇 번이나 문제점으로 지적된 적이 있다. 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고 비판기사를 숨겨,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사과한 것도 불과 6개월 전의 일이다.

문제점은 또 있다. 포털에서 운영되고 노출되는 온라인 시장은 더 혼탁하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다. 온라인 쇼핑몰과 연계되는 ‘파워링크’가 대표적이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지마켓, 11번가, GS숍 등에서 올린 상품이 줄줄이 쏟아진다. 광고비 지출이 노출을 좌우하는 구조다. 소비자는 파워링크된 상품에 우선 클릭을 하지만, 가장 합리적인 조건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포털에서 운영되는 쇼핑몰에서 상품정보의 관리 감독이 허술하다는 점이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최저가 순으로 나열되는 쇼핑몰 가격에서 엉터리 정보가 수두룩하다. 일례로 2000원하는 상품에 배송비를 2500원 책정하고, 1개 이상 주문으로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10개를 사려면 배송비를 10번 물어야 한다. 단종된 제품을 검색해서 클릭해보면 다른 제품으로 연결되는 것도 다반사다. 제품을 주문해도 방금 매진됐다고 주문 취소를 요청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이런 문제점이 지적될 때마다 포털측은 입점주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절차에 따라 신고를 하면 입점업체를 징계하고 잘못된 정보를 고치겠다고도 한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는 며칠이 지나도 바뀌지 않고, 입점업체에 어떤 징계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최저가에 속은 소비자들은 소비자대로 불만이고, 최저가 온라인에 손님을 빼앗긴 오프라인 상인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온라인 시장은 비대해지지만 거기에 걸맞은 시장질서는 없다. 포털이 광고비와 판매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는 동안 영세업체는 소외당하고 자영업자는 생존의 기로에 몰렸다.

드루킹 사건 논란에 네이버측은 개편안을 내놨다. 공감·비공감을 누를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하고, 기사에 달 수 있는 댓글도 줄인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포털의 광고와 쇼핑몰에도 공정거래위원회나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포털은 말 그대로 인터넷의 관문이다. 포털에서 여론이 집중되고 시장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바람직하지 않다. 여론의 왜곡만큼 시장질서도 왜곡돼 있는 것이 포털이다.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