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의류업종 공급업자(본사)와 대리점 간 거래를 위한 표준계약서를 마련했다. 대리점주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해, 본사와 대리점 간 분쟁을 예방하고 상생의 거래질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계약서에는 상품에 하자 등이 있을 경우 반품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 허용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공정위는 협상력·정보력이 부족한 영세 의류업종 대리점주와 본사 간 이해관계의 균형된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따라 현재 사용 중인 계약서, 공정위 심결사례, 연구 용역 등을 토대로 초안을 마련하고, 관련 단체의 의견수렴을 거쳐 의류업종 표준대리점 거래계약서을 제정해 27일부터 보급한다.

의류업종은 판매 시기에 따른 가격의 변동성, 대리점의 영세성 등으로 인해 불공정 거래 행위 발생 우려가 높은 분야다. 계절 상품의 판매가 주를 이루며, 이월 재고 발생 시 상품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특성에 따라 재고 관련 분쟁 소지가 큰 특징이 있다. 또 초기 투자자본이 적고, 전문기술이 요구되지 않는 업종이라는 인식때문에 소규모 영세 대리점 창업이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공정위가 공개한 표준계약서는 비용 부담 합리화, 불공정한 거래관행 개선 등을 담았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비용 부담의 합리화=통상 대리점들은 지정된 결제일에 대리점이 상품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15%~25% 수준의 높은 지연이자를 본사에 지급해왔다. 공정위는 상법상 상행위로 인한 채무발생 시의 이율(연 6%)로 규정해, 과도한 지연이자로 대리점이 타격을 입는 경우를 방지했다.

담보설정 비용 부담도 완화했다. 기존 관행에서는 거래 안정화를 통한 혜택은 본사와 대리점 모두 누리고 있으나, 통상 부동산 담보 설정 비용은 대리점이 부담했다. 표준계약서에서는 부동산 담보 설정 비용을 본사가 부담하거나, 대리점주와 본사가 균등하게 분담하도록 규정해 대리점의 부담을 완화했다.

◇불공정한 거래 관행 개선=대리점의 상품검수는 대부분 육안으로 짧은 시간 동안 이뤄져 하자 등을 즉시 발견하기 어려운데도 불구, 반품기간이 7일 등으로 매우 짧게 설정됐다.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재판매형의 경우 상품 하자 및 납품 착오 시 최대 6개월까지 반품을 허용하고, 위탁판매형의 경우는 항상 반품을 허용하도록 했다.

계약조건 변경과 갱신거절 시 통보기간도 늘렸다. 계약 간 만료 시점에서 본사가 계약 갱신을 거절하거나 계약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생계가 걸린 대리점은 이에 대비할 시간이 필요한데 통상 30일 이전에 통보했었다. 표준계약서에서는 갱신거절 및 조건변경 시 최소 계약 만료 60일 이전까지 의사 표시를 하도록 하고, 이 기간까지 별도의 의사 표시가 없는 경우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불리한 판매장려금 조건 변경을 금지하기도 했다. 인테리어 비용 등 광의의 장려금을 계약기간 동안 대리점에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을 금지해, 분쟁 발생의 소지를 최소화했다. 이밖에 거래 품목과 납품 장소 등 거래 필수사항을 계약서에 명시토록 했으며, 계절 상품 등 특정 시기 한정 판매를 위해 납품받은 경우 및 재고 처리를 위해 납품받은 경우 등도 반품 사유로 명시했다.

◇기타 거래 조건의 명확화=상품의 종류·수량·가격·납품 기일 및 장소 등 중요 거래 조건을 계약서에서 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표준계약서에서는 상품 종류 등 거래 필수사항을 계약서에 명시하면서, 납품 관련 분쟁 예방을 위해 상품인수 시 인수증을 교부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업계 관계자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표준계약서의 적용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향후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높은 대리점 거래 분야에 대해서 표준계약서를 추가로 제정해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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