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이런 부수적인 쟁점이 소송에서 드러나고, 다투어 지면 소송은 한없이 길어지기도 한다. 내용증명 우편을 보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부분이 발목을 잡는다.

예전에 한 의뢰인에게서 이런 분쟁상황이 발생해 물어 본 적이 있다. “왜 내용증명을 보내지 않으셨어요?” 그러자 의뢰인은 “구두통지로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우체국에 가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았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이럴 줄 몰랐다”라고 대답했다.

내용증명을 보내야 할 상황에서 내용증명을 보내지 않는 이유는 보통 두 가지다. 첫째가 귀찮고 번거로워서이고, 둘째가 상대가 기분이 나빠할 것 같아서다. 이 잠시의 번거로움 때문에, 훨씬 더 오랜 기간 힘든 소송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내용증명을 받는 상대방은 기분이 좋지 않다. 내용증명 하나 때문에,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때는 간단하다. 미리 연락을 해서, 내용증명을 보낼 것이라고 알려주면 된다. 어떤 마음의 준비 없이 등기로 내용증명을 받는 것 보다는, 내용증명이 올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으면 좀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일부러 내용증명을 수령하지 않고 피해 다니는 사람이 있다. 만약, 상대방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되면, 그냥 기습적으로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는 것이 좋다. 내용증명은 제때 송달되지 않으면, 법률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용증명 우편을 받고, 발끈해서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내용이 담긴 답변서를 보내고는 한다. 법률분쟁에서 패소로 가는 지름길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내용증명 우편은 보통 ‘귀하의 일익 번창하심을 기원합니다’라는 뜬금없는 말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 아래는 손해배상이 어떻고, 계약해지가 어떻고 하는 내용 등, “우리 한번 싸워 보자”라는 취지의 내용이 가득하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가증스럽게도 ‘귀사의 안녕’을 기원한다, ‘화목’을 바란다는 등의 화려하게 포장된 문구로 끝난다. 그냥 담백하게, 필요한 내용만 적어도 될 것을, 구구절절하게 예의를 갖추면서 뒤통수를 치는 그런 문서다.

이런 내용증명 우편을 받으면, 수신자는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자신을 놀리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발끈해서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내용이 담긴 답변서를 보내고는 한다. 법률분쟁에서 패소로 가는 지름길이다.

내용증명은 꼭 답변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서류다. 내용증명에 답을 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내용증명 우편에 대해 답변을 함부로 했다가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내용증명 우편에는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까? 만일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잘못된 답을 하는 것 보다는 침묵이 좋다”고 대답할 것이다. 모든 법률문서를 대하는 기본자세는 ‘어떻게 답변을 하면 유리할까?’ 보다는 ‘어떻게 하면 답변서에 불리한 내용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가 좋다.

답변을 꼭 하고 싶으면, 아주 담백하게 답변을 하면 된다. 구체적인 사정을 나열할 필요도 없고,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드러낼 필요도 없다. 일단 사고를 치고 난 이후에는 늦다. 꼭 명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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