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매개로 국경간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하는 디지털무역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축으로 대두한 가운데, 한국의 디지털무역정책은 ‘폐쇄적’이어서 외국기업이 부담하는 무역비용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9일 발표한 ‘디지털무역제한지수(DTRI) 발표와 우리의 디지털무역정책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통해 한국 DTRI는 0.31로 전체 64개 조사대상국 평균인 0.24보다 높아 디지털무역정책이 폐쇄적이라고 설명했다.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는 디지털무역을 제약하는 전세계 64개국의 디지털무역정책을

취합해 지수화한 디지털무역제한지수(Digital Trade Restrictiveness Index, DTRI)를 지난달 25일 발표했다. 전세계 1500여개이상 디지털무역정책을 ▲재정조치 및 시장접근 ▲사업제한 ▲데이터제한 ▲무역제한 등 4개로 분류해 평가한다. DTRI는 0부터 1까지 값을 가진다. 0에 가까울수록 디지털무역정책이 개방적이고, 1에 가까울수록 폐쇄적임을 의미한다.

◇재정조치 및 시장접근=DTRI는 0.33으로 전체 평균 0.25을 웃돌았다. 재정조치 및 시장접근 분야를 구성하는 ‘관세 및 수입규제’, ‘내국세 및 보조금’, ‘공공조달’ 등 하위분야에서 각각 47위, 13위, 7위를 기록했다. 관세 및 수입규제 정책은 디지털무역 친화적이지만, 공공조달 정책은 국내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에게 무역장벽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제한=DTRI는 전체 평균 0.27보다 낮은 0.25를 기록, 외국 IT기업과 외국인 IT전문가의 국내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업제한 분야내 ‘외국인투자’, ‘지식재산권’, ‘경쟁정책’, ‘인력이동’ 항목은 각각 11위, 36위, 63위, 58위를 차지했다. ICT분야 외국인투자는 외국인지분율제한 등의 정책으로 인해 제한적인 경향을 보였다. 반면 지식재산권, 경쟁정책, 인력이동과 관련된 정책은 디지털무역 자유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데이터제한=DTRI는 0.39로 중국, 러시아, 터키 등에 이어 전체 조사대상국중 8번째로 폐쇄적인 체제를 유지했다. 국경간 데이터이전을 제한 또는 금지하는 규정이 존재해 데이터정책이 폐쇄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덴마크,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 역시 개인정보보호를 목적으로 데이터 국외이전을 제한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관련 국제규범이 수립되기 전까지 국가마다 상이한 데이터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무역제한=DTRI는 0.28로 전체 평균 0.21보다 높아, 디지털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정책이 다소 폐쇄적인 형태로 운영됐다.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는 한국의 경우 ICT 표준을 설정할 때 국내기술을 우대하는 기술표준정책을 시행하기 때문에, 국제표준을 채택한 외국 ICT업체의 국내영업이 제한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국내표준 채택 의무화, 수입디지털제품에 대한 중복 심사요건 등은 ICT제품 교역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말이다. 

무혁협회 평가 보고서는 “디지털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DTRI가 높게 나타난 재정조치 및 시장접근, 데이터제한, 무역제한 등 분야에서 규제와 정부관행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특히 “데이터 국외이전 제한정책과 국내기술을 우대하는 ICT 표준화정책 등은 디지털무역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디지털무역을 제한하는 정부조치와 관행은 향후 통상갈등을 유발할 뿐 아니라, 기술혁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규제와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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