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한 중소기업 역할이 강조되는 가운데, 정책금융기관이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책금융기관 설립 목적에 중소기업 지원을 명기하고, 벤처캐피탈(VC)이나 사모펀드와 연계해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주요 정책금융기관들은 대기업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중소기업 혁신성장을 위한 정책금융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동국대학교 강경훈 교수는 “경제성장을 위해 최근 중소·벤처기업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주요 정책금융기관들은 대기업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조선과 해운 등 부실대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해 부실채권 비율도 상승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지원은 단순히 경제적 약자 보호라는 차원을 넘어선 의미를 가진다. 경제발전이 이뤄질수록 혁신성장과 고용창출 등 중소기업 역할이 강조된다.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설명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중소기업 혁신성장을 위한 정책금융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동국대학교 강경훈 교수는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이코노미

수출입, 기업당 평균 대출액 감소…산은, 고신용기업에 집중

수출입은행 경우 최근 들어 중소기업 대출금액과 거래기업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기업당 평균 대출액은 감소하는 추세다. 중소기업 대출규모는 2015년 7조3000억원에서 2017년 9조2000억원, 거래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1105개에서 2542개로 늘었다. 반면 기업당 평균 대출액은 40억원에서 2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대출규모와 거래기업이 늘어난건 지원이 수출입은행의 지원이 확대됐다기보다 중소기업 수 증가에 기인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고신용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인다. 2017년 기준 중소기업대출을 신용등급별로 보면, BBB이상이 66.3%에 달한다. BB~CCC는 33.3%, CC이하는 0.4%에 불과하다. BBB등급은 회사채 신용등급 18개 등급중 9번째에 해당한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정책금융기관 설립목적에 中企지원 명시…기관장 평가시 中企지원실적 반영   

강경훈 교수는 정책금융기관 설립목적에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포함하라고 제안했다. 강 교수는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중소기업 금융을 위해 한국수출입은행법과 한국산업은행법 설립목적 조항에 중소기업 지원을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근본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최근 수출입은행의 중소기업 금융실적 증가는 특정한 정책드라이브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에는 추상적인 목표를 포함하되, 명확하고 구체적인 정책목표를 부과해 집행과 성과에 대한 평가체계를 구축해야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벤처기업부 기업금융과 이순배 과장은 중소기업 지원실적을 기관장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과장은 “설립목적을 변경하는 것보다 기관장 성과지표에 중소기업 지원실적을 반영하는 방식이 보다 실효성이 높다. 성과급과 연동하고 성과가 미진하면 임기를 단축하면 된다”고 말했다. 

모험자본 공급 확대…‘관계형 금융’ 강화

벤처캐피탈(VC)이나 사모펀드와 연계해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는 구상도 나왔다. 강경훈 교수는 중소벤처기업과 신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중심 지원을 확대하는 가운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비즈니스모델을 접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실리콘밸리은행 사업모델은 벤처캐피탈이나 사모펀드와 연계를 통해 이들이 투자한 기업에 대출을 제공한다”며 “위험이 높은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면서도 탁월한 리스크 관리로 양호한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은 벤처금융 전문은행으로 에어비앤비, 우버, 트위터 등 지금은 성공한 많은 스타업에 투자했다.

정책금융기관이 대출과 연계해 지분을 투자하는 ‘관계형 금융’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강경훈 교수는 “관계형 금융은 대상기업을 상세하게 파악해 정확한 신용평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거래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중소벤처기업이 대기업과 관계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문제는 협상력 차이, 법적 입증상 애로, 정보 불균형 등으로 인해 행정규제나 소송 등을 통해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독일 주거래은행처럼 정책금융기관이 중소기업에 대출과 지분투자를 함께 제공하면서,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정책금융기관이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부실화를 우려하거나 이미 충분한 수준의 정책자금이 지원된다는 비판도 따른다. 이에대해 강경훈 교수는 “자금과 금융은 다르다. 지원받는 기업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해 정보를 활용하는게 금융이다. 공급은 많은 것 같은데 금융측면에서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적절하게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지원 확대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보증을 서주면 상생적 금융지원이 가능하다”

대기업 수출에서 중소기업 역할을 추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무역보험공사 김상진 중소중견사업실장은 “대기업 수출실적 중에는 중소기업 실적이 녹아있다. 삼성이 수출한 냉장고는 중소기업 부품으로 구성된다. 연구원이나 협회가 중소기업 역할을 분석한 자료를 제공한다면 지원기관입장에서 국회에 예산을 신청할 때 수월하다”고 말했다. 또 김 실장은 중소기업 유관 협회와 단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도 요구했다. 김 실장은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는 해당지역 소재 중소기업이 무역보험을 이용하면 보험료와 보증료를 지원한다. 중소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나 단체도 중소기업의 무역보험 활용을 높이기 위해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이순배 기업금융과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강조했다. 이 과장은 “대기업 지원은 나쁘고 중소기업 지원은 좋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지양해야 한다. 대기업이 없으면 망하는 중소기업도 있다”며 “대기업을 필두로 한 기업네트워크를 구축해 상생과 혁신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보증을 서주면 상생적 금융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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