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17일 열렸다. 공익·근로자·사용자위원 각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해마다 많은 갑론을박을 하며, 최저임금을 결정했지만 모두가 흔쾌히 동의하는 결과를 만들었던 기억은 없다. 사용자와 근로자 간 팽팽한 이견을 유지하다, 종국에는 공익위원 의사에 따라 다음해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공익위원이 사용자 손을 들어줌으로써, 해마다 노동자의 요구와 동떨어진 최저임금 인상으로 귀결됐고 최저임금위원회 무용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최저임금액을 전년보다 16.4% 인상된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했다.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워 경제회생의 틀을 마련해야한다는 시대적 요구의 반영으로 예년에 볼 수 없었던 큰 인상폭이었다. 

올해 최저임금 시행 이후 4개월을 넘겼음에도, 최저임금 결정 당시부터 제기됐던 논란이 아직까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임금인상이 경제성장을 위축시킨다는 주장, 여전히 사회전반에 넘쳐난다. 그래서 벌써부터 걱정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추진하면서, 정부는 획기적인 임금인상만이 경제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 했다. 반대로 사용자와 보수정치권은 두자리수 인상은 경제의 재앙이 될 것이란 협박성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 최저임금을 논의해야 할 지금에서 보면, 정부나 보수정치권의 주장 모두 틀렸다. 예년보다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시행됐음에도 국민들의 생활이 나아졌다는 소리는 듣기 어렵다. 또 경제의 재앙이 될 것이라 선동했지만, 대기업·수출기업들은 여전히 사상최대의 매출을 분기마다 갱신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음을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부적절하다. 경제 수장의 이런 발언은 내년 최저임금 논의에 앞서 공익위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또 계속되는 경제침제 원인을 임금인상 탓으로 규정해 버리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설자리를 잃는다. 다시 ‘기업주도’ 성장론이나 ‘부채주도’ 성장론으로 회귀할 것이 아니라면 경제 수장의 이런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 

시간당 7530원, 전년대비 16.4% 인상된 최저임금 적용이 아직 5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다. 경제 효과나 부작용을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 오히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 이후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최저임금 무력화 시도에 대한 경계와 감시다. 휴게시간을 사용자 임의로 늘리고 노동강도를 높이는 편법불법 행위가 판치고 있는데도, 정부는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최점임금 인상으로 어려워진 자영업자 지원 또한 더디긴 마찬가지다. 경제침체 원인이 최저임금 탓이라는 경영계와 보수언론의 공세에 대한 정부 대응도 변변찮다.

침체된 경제,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해결 방법은 하나다.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않고서는 백방이 무효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공약을 달성하려면 내년 최저임금도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인상, 15%이상 올려야 한다. 임금인상은 경제침제의 원인이 아니라 탈출구다. 경기침제 원인이 임금인상 때문이라는 검증되지 않는 주장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