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달 12일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한미간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22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21일 오후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방식을 둘러싸고 불거진 미국내 매파와 비둘기파 간 이견, 그에 따른 북한의 對미 경고 그리고 남북 고위급회담 취소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이상’ 징후에 대해 한미간 정리된 입장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4.27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하나하나 밟아가는데, 지금까지 한미간 공조체제엔 어떠한 균열의 조짐도 없었다. 그나마 불거졌던 미국 백안관내 강경파 볼튼의 ‘리비아모델’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모델’을 언급하며 진화에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제체 구축, 나아가 남북 한겨레의 평화통일을 염원을 담은 판문점선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다시한번 확인했다고 본다.

분명히 하자. 북미정상회담은 남북통일을 위한 협상이 아니다. 북미와 남북 간 협상의제가 중첩되고 한미 상호간 이해가 연결되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협상주체와 목적이 분명히 다른 차원의 협상이다. 북미협상에 감당하기 어려운 의미 또는 의제를 부여한다면, 북미협상의 성공과 활로를 봉쇄하는 치명적인 과오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4.27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열어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어지는 북미정상회담에선 남북간 정전협정 등 평화체제 보장을 위한 수단과 그것의 이행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북미간 로드맵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일정이 담겨야 한다는데 이견은 있을 수 없다. 

여기까지다. 이번 북미회담의 역사적 의미와 현실적 한계에도, 협상의제를 과도하게 확대해 북미회담 성과를 무력화시키려는 정치집단에게 경고한다. 남북이 풀어야 할 문제, 그리고 중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해결해야 할 과제까지 뒤섞어, 북미회담을 파행으로 몰아가고자 하는 자유한국당은 자중해야만 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측에 전달할 7가지 요청사항을 발표했다. 7가지 요청사항 모두, 각각에선 냉전적 사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반공주의자’ 홍준표만 보인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통찰하려는 제1야당 대표로서의 면모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는게 국민 모두에겐 불행이다. 113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제1야당의 지지율이 10%대에 머무는 이유도, 변화된 남북 및 국제 정세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홍 대표의 화석화된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

홍 대표는 미국측에 “이번 미북정상회담뿐 아니라 향후 모든 미북간 협상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 경우에도, 남한엔 미국의 (핵)전략자산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다. 북한으로선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억지’이자, 결과적으로 북미협상을 깨라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 홍 대표는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생화학무기 폐기와 사이버테러행위 중단, 위조달러 제작 중단 등 국제적 범죄행위 중단”과 함께 “북한의 인권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경제적 개혁개방”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쯤되면 북한과 협상을 하라는게 아니라, 미국에게 점령군의 지위에서 북한을 무장해제시키고 내정까지 통제하라는 주장이다.  

‘상생과 타협’의 원리가 지배하는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 홍준표라면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주장이다. 협상의제가 많을 때는, 이를 취합해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한 후 단계별 이행가능한 합의를 도출하는게 협상의 기본 원칙이다. 상대가 받을 수 없는 안을 던지고,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행태는 협상이란 이름으로 협상을 깨기 위한 강자의 횡포일 뿐이다. 홍 대표가 끼워넣자고 하는 생화학무기 폐기와 북한의 인권문제가 가볍다는게 아니라, 6.12 북미정상회담에 이들 의제를 올리면 협상 자체가 안된다는 얘기다. 

아무리 당리당략에 눈이 멀었다고 하나, 남북한 8000만 국민(인민)의 ‘소원’을 외면하면서까지 얻자는게 무엇인지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에게 묻는다. 또다시 한반도를 군사적 긴장과 대결국면으로 몰아넣고,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에 기댄 정치를 계속할게 아니라면 이래선 안된다. 지금도 늦었지만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이제 답해야 한다. ‘통일론자’는 아닐지언정, 자신들이 최소한 ‘평화론자’임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태극기부대’를 참칭한 극우집단 제외한 모든 국민이 이번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두손 모아 기원하고 있다. 남북과 북미 간 최근 ‘불협화음’조차 가슴 졸이고 지켜보며, 북미정상회담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고대하면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럼에도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지금도 북한정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면서 북한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반평화’ 나아가 ‘전쟁불사’를 선동한다. 다시한번 경고한다. 남북한 8000만 국민(인민)의 뜻을 거슬러 한반도 평화통일 원칙을 부정할거라면, 홍준표 대표는 정계에서 은퇴하고 자유한국당은 스스로 해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