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면서 LG그룹 경영방식이 새삼 회자된다.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이 독립운동에 자금을 댔다는 이야기에서부터, 2005년 LG그룹과 GS그룹 분리과정에서 보였던 구회장의 양보와 타협 이야기도 거론된다.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 구 회장의 소탈한 성격도 많은 미담을 남겼다. 

특히 “편법·불법을 해야 1등을 할 수 있다면 차라리 1등을 안하겠다”고 한 생전 구회장의 말은, 편법·불법 없이는 경영이 불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드는 한국경제사에 큰 울림을 줬다는 평가도 있다. 

LG그룹이 국내 1위 그룹은 아니다. 그러나 LG는 우수한 제품과 기술을 가지고도 제대로 ‘자랑’하지 못해 ‘겸손 마케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에 스스로 홍보대사가 되겠다고 나서는 소비자들이 있을 만큼 LG는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5대그룹 총수중 유일하게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정도경영’ 방식도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가 됐다.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의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 숙제는 LG전자 구광모 상무에게 남겨졌다.

LG그룹은 지난 2003년 국내 처음으로 계열사간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며,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대기업집단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LG 이사회가 구광모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을 밝히고, 재벌 4세 승계구도를 굳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LG의 정도경영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경영능력 검증없이 세 자녀에게 편법 승계해 위기에 직면한 대한항공의 사례를 경험하며,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보여준 적 없는 구광모 상무가 구 회장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영승계를 하는게 합당하냐는 의문이다.

편법과 불법으로 성장해온 재벌에 대한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때, 자녀에서 자녀에게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렇더다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LG그룹 총수 자리는 합법적 절차를 거쳐 구광모 상무에게 승계된다.이제 구 상무는 국내 총 68개 계열사를 거느린 LG그룹 총수로서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이와함께 LG그룹이 존경받는 기업으로의 위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역시 구 상무의 몫이고, 국민들이 이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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