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갑질과 정치인 매수 등 방만경영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영의 투명성을 감시하고 견제할 사외이사가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제도를 개선하자는 지적이다. 사외이사를 추천·선임하는 독립기구를 설치하고,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을 공헌도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하는 방안 등이 제시된다.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등 관련부처가 참여하는 TF를 구성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28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참여연대가 주최한 ‘기업지배구조개선’ 토론회에서 ‘더나은IT세상포럼’ 박헌용 의장은 “대기업 CEO와 사외이사 선임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주주와 이사, 경영진 간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지적은 많았으나 아직까지 제도개선 노력은 미미하다. 경제민주화 등 정치적 구호로 등장했다 소멸하기를 반복했다”고 꼬집었다.

28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참여연대는 ‘기업지배구조개선’ 토론회를 주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셀프추천·셀프연금 등 사익 추구, 제도가 이를 막지 못한다”

박헌용 의장은 기업지배구조를 규율하는 제도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형식상 제도 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규제 대상을 세밀하게 다루면 좋고, 빠져나갈 구멍이 많으면 나쁜 제도다. 문제가 반복된다는건 허술한 부분이 있다는 방증이다. 대주주나 경영자 전횡이 반복되는 점을 보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배구조상 주체가 주주와 고객,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가 아닌 자기이익을 대변하는 데 급급하다. 셀프추천과 셀프연금 등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는데, 제도가 이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T는 형식상 문제가 없지만 CEO와 사외이사 선임과정이 줄곧 비판대상이 됐다. KT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다. CEO는 지배구조위원회가 물색하고, 회장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사회가 추천,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 사외이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가 추천하고,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

KT CEO와 사외이사·이사회 관계

<자료=더나은IT세상포럼 박헌용 의장>

KT “지배구조·회장후보심사·사외이사추천 위원회는 이사회의 부분집합”

문제는 지배구조위원회와 회장후보심사위원회,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CEO와 사외이사가 선임 과정에서 얽혀있다는 점이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이사 4인과 사내이사 1인, 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인, 사외이사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한다. 박헌용 의장은 “겉보기에는 독립적 위원회에서 공정한 절차를 통해 CEO와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 같지만, 위원회는 실상 이사회 부분집합에 지나지 않는다”며 “회장이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폐쇄형 구조에선  주주 등의 이해관계가 의사가 반영될 여지가 없다. 당초 의도한 감시와 견제는 불가능하고 CEO와 사외이사가 담합·결탁하는 실정이다” 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경우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인사가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사내이사 4인, 사외이사가 5인으로 과반수를 차지해 외형상으론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외이사 5인의 면면을 보면 조 회장 동문과 친인척, 한진그룹 일감몰아주기를 변호했던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 구성됐다. 사외이사가 독립성을 갖고 조양호 회장을 견제·감독하기 어려운 구조다. 

사외이사후보 심사·추천을 위한 독립기구 설치

<자료=더나은IT세상포럼 박헌용 의장>

사외이사후보 심사·추천을 위한 독립기구 이사회와 분리 설치해야

박헌용 의장은 사외이사후보 심사·추천을 위한 독립기구를 이사회와 분리해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의장은 “현행 사외이사 선임제도는 선임과정을 알 수가 없다. 이사회에서 분리된 독립기구를 신설해 대주주와 소액주주, 직원, 고객, 채권단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대표로 구성하면 임의로 시행하는 사외이사 선정, 심사, 추천기능을 공식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양한 시각을 가진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여러 이해관계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통로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이익을 분배하는 체계를 바꿔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박헌용 의장은 “‘분배의 룰’을 재정립함으로써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현재는 기업이 노동자를 비정규직화, 외주화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경우 대부분 사내유보금으로 쌓아 놓는다. 이 이익을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하고 우리사주조합 대표를 이사로 선임하면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헌용 의장은 지배구조개선을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개선TF를 구성할 것도 제안했다. 박 의장은 “현정부에서 지배구조 관련제도개선을 추진하는 주체가 모호하다. 기재부, 법무부, 공정위, 금융위 등 관련부처가 참여하는 기업지배구조개선TF를 구성해 체계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며 “산·학·관이 참여하는 자문기구와 지배구조연구반을 동시에 운영해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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