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계열사인 삼성전자 주식 2700만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31일 매각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가 향후 자사주를 소각한 이후에도, 양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10%를 밑돌아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이번 블록딜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삼성전자 주식 과다보유 문제는 여전해, 정부가 나서 지배구조개선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블록딜은 거래소 개장전에 주식을 대량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거래소시장에서 한번에 대량주식을 거래하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릴 수 있다. 시장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래자간 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해놓고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한 이유는 금융산업구조개선법 저촉 위험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현행 금산법에 따르면 대기업계열 금융회사가 보유한 같은 계열사 주식이 5%, 10%, 15%를 넘어갈 때마다 금융위원회로부터 미리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번 블록딜로 삼성그룹 금융회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9.67%에서 9.30%로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계획대로 자사주 7%를 소각해, 기존 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률이 상승해도 10%에 소폭 미달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1일 삼성생명·화재의 전자 주식 매각에 대해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며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등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계속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뉴시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번 블록딜로 금산법 규제는 피했지만, 보험업법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이 보험사 총자산 3%를 넘지 않도록 제한한다. 삼성전자 주식 1주당 가격을 240만원으로 계산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가격은 약 26조원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총자산 약 250조원의 3%인 7조5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다만 보험업법 감독규정은 총자산 3%를 시장가격이 아닌 취득가격 기준으로 산정하며, 이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양사의 총자산 3% 밑으로 떨어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31일 입장문을 내고, “금융위가 삼성그룹 금산분리를 보험업 감독규정을 통해서 할 것인지, 삼성 스스로 일부 지분만 정리하는 것에 동조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금융위가 금산법 문제를 넘어 재벌개혁과 삼성에 대한 특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이 상황을 철저히 감시함과 동시에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제도적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과다보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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