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와 공사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사비용 산정에 필요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공사 이후 하청업체가 투입한 인건비보다 낮은 공사비를 지급한 정황이 드러났다.

현대중공업 울산본사 전경.<사진=뉴시스>

3년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금액 17억원

경부산업이 같은달 지출한 공사비용은 인건비 이외 국세·지방세, 4대보험료, 일반경비, 적립퇴직금을 합쳐 7271만원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으로부터 2012년 4월 받은 공사대금은 실제 투입된 공사비의 절반을 겨우 웃돌았다는 말이다. 경부산업은 이런 식으로 2012년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동안 투입된 공시비용보다 4억4945만원 낮은 공사대금을 받았다. 그리고 2015년 4월까지 3년간 누적된 경부산업의 손실금액만 17억1432만원에 달한다는게 경부산업 한익길 대표의 주장이다. 

2012년 4월 경부산업은 7271만원을 지출했지만 공사대금으로 받은 금액은 3776만원에 그친다. <자료=경부산업 신고대리인 서치원 변호사>

공사수행에 따른 하청업체 몫이어야 할 적정 이윤은 고사하고, 투입된 공사비는 물론 인건비조차 보전받을 수 없는 공사를 이행한 이유가 궁금했다. 경부산업 한익길 대표는 현대중공업과 공사계약을 체결할 때 공사비를 확정하기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사 세부내역 및 대금도 명시하지 않은 공사계약서 

한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현대중공업은 계약체결시 공사에 필요한 인력을 계산하는 기준인 표준품셈을 알려주지 않는다. 공사내용도 모른 채 일단 매년 1월1일 1년 기본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공사를 시작하면, 매월말 사후 기성금을 집행할 때 현대중공업이 ‘협력공사계약서’를 주는데, 여기에는 대금산출 결과값만 기재될 뿐 산출근거도 제공하지 않는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자신이 계획한 예산에 맞춰 자의적으로 하도급대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실제 작업한 공사비용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부산업 한익길 대표는 현대중공업에서 도급이라고 주장하는 모든 과정은 선시공 후계약이라고 주장한다. 위 사진은 사후 기성금을 집행할 때 교부하는 협력공사계약서. 이 계약서에는 대금산출 결과값만 적시돼 계약서라기보다는 정산서에 가깝다.<자료=경부산업>

한 대표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중공업과 경부산업은 매년 1년 단위 공사시공과 관련한 포괄적인 ‘계약서’를 체결하는데, 그 계약서엔 하도급법 준수 등 기본원칙, 재하도급금지, 공사감독 등 기본적인 내용만 담았다. 계약서에 반드시 표기돼야 할 공사 세부내역과 공사단가는 명시하지 않았다. 형식상 계약서 체결 이후 매월 공사를 하면, 현대중공업이 후불로 기성금 지급과 함께 공사대금 산정내역서 성격의 ‘협력공사계약서’를 경부산업에 제공했다. 사정이 이러니 경부산업 입장에선, 공사비 투입비용과 관계없이 현대중공업이 정산해 준 공사대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 “계약은 상호합의하에 체결하는 것”

경부산업이 투입한 인건비보다 낮은 공사대금을 지급했다는 주장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공사계약이 경부산업과 합의하에 이뤄진 것이기에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계약은 상호합의하에 체결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진행한게 아니다. 상대방이 모르는 내용으로 계약을 맺을 수는 없다. 하청업체는 본인들이 모르는 사안이 있었다고 주장하는건데, 유사한 사례에서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은 바 있다. 상대편에서는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폈지만, 합리적으로 상호 정보를 확인했고, 하청업체 의지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었다”고 설명했다.

원청이 직접공사비보다 낮은 금액을 지급하는건 위법이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제6항은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직접공사비 항목의 값을 합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여기서 직접공사비는 재료비와 직접노무비, 경비 등의 항목을 포함한 금액이다. 경부산업의 경우에는 실제 공사비용은 물론이고 투입된 인건비보다도 하도급대금이 낮다는 점에서 위법 소지가 있다. 하도급법 제4조제6항을 위반한 원청사업자에게는 하도급대금 2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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