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산업육성법(가칭) 제정을 앞두고 산업계와 연구계가 다양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산업계는 드론에 항공법을 적용해 과도한 규제로 작용했다면서 드론산업에 걸맞은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계는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시범사업이 단순히 보여주기식 수준에 그쳐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데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이 드론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너무 쉽게 달려든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동영 의원, 드론산업육성법(가칭) 제정안 이번달 발의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과 국토교통부는 5일 ‘드론산업육성법 제정을 위한 드론산업발전 심포지엄’을 주최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드론산업 전반에 걸친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제기된 의견은 이번달 정동영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드론산업육성법에 반영된다는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드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탓에 주요선진국에 뒤쳐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동영 의원은 “후발국이었던 중국이 현재 전세계 드론제조업의 90%를 차지한다. 반면 한국은 정책실패로 늦어졌다”며 드론산업 활성화를 가로막은 과도한 규제와 중구난방식 지원체계 등 지난 10년간의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정동영 의원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국회 제출을 앞둔 드론육성법 주요내용을 소개했다. 총 41개 조항으로 구성된 드론산업육성법은, 드론시스템 상용화를 위해 관련법령 인허가를 한시적으로 유예·면제·간소화한 드론특별자유구역을 비롯해 드론시범사업구역도 정했다. 또 국토부장관은 드론산업 육성에 관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드론시스템에 대한 공공부문의 중장기 수요전망을 매년 작성하도록 규정했다. 드론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강소기업을 선정해 행정적·재정적·기술적 측면에서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외 드론산업육성법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에 우선한다고 명시했다.

<자료=국토교통부>

영세한 드론산업, “연매출 10억이상 10여개, 직원 10명이상 20여개”

산업계는 항공산업과 별개로 드론산업 현실을 반영하는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엑스드론 진정회 대표는 한국의 드론산업 기업규모는 영세한 3년이내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기준 연매출 10억이상 기업은 10여개, 직원 10명이상 기업은 20여개에 그친다”며 “항공은 천문학적 자본이 투입되는 산업으로 법도 복잡하다. 항공관련법을 드론에 적용하면 규제가 된다. 예를 들어, 현행법상 20kg 수준의 비행체뿐 아니라 150kg의 육중한 기기도 ‘초경량비행장치’에 포함된다. 드론산업에 걸맞은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항공법에 따르면 초경량비행장치중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무인비행장치’는 자체중량 12~150kg인 기기를 포함한다. 초경량비행장치를 운용하려면 종류와 용도 등을 신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드론에 대한 접근성을 현저하게 저해하는 규정이다. 진정회 대표는 “드론산업육성법의 핵심은 누구나 언제든지, 개발·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다. 법이 단순하고 쉬워야 한다. 그래야 참여하는 연구자와 개발자가 늘고 성과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복잡한 필수 인허가 절차도 문제 

진정회 대표는 복잡한 필수 인허가 절차도 꼬집었다. 진 대표는 “드론을 활용하는데 필요한 인허가와 필수시험 등 절차가 많다. 드론은 신고뿐만 아니라 안정성검사도 받고 비행승인도 받아야 한다”며 “사업자 입장에서 인증은 간단하지 않다. 부품별 기술서와 회로도 등을 요구하는데, 드론은 수많은 부품으로 구성되고 부품별로 핵심기술이 있다. 드론 한대에 여러 업체가 얽혀있는데, 기업들은 지적재산권이라는 이유로 기술서와 회로도를 제공하지 않으려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으로 인증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니어스랩 최재혁 대표는 드론이라는 기계뿐 아니라 드론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공공기관은 제조된 드론을 구매하는데 치중하고 드론을 활용한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드론서비스는 드론 사용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과 국토교통부는 5일 ‘드론산업육성법 제정을 위한 드론산업발전 심포지엄’을 주최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드론산업 전반에 걸친 의견을 수렴했다.   ©중기이코노미

“여태껏 시범사업, 시장에 적용할 실질적인 사업에 미치지 못해” 

정부와 공공기관이 긴 호흡을 가지고 드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항공대 송용규 교수는 “중앙정부든 지자체든 추진하는 사업들이 단발적이다. 세액공제와 펀드 등을 통해 꾸준히 지원해 경쟁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령, 한국전력의 경우 송전탑과 송전선을 모니터링하는데 드론을 활용할 수 있다. 한전 입장에서는 당장 드론을 활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산업발전 측면에서 보면 외면할 문제가 아니다. 공정한 절차를 거쳐 선발한 업체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학교 신상준 교수 역시 “민간에 의한 투자유치가 쉽지 않다면 정부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긴 시간을 두고 꾸준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드론산업 육성에 정부·공공기관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엑스드론 진정회 대표도 드론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업계 입장을 전했다. 진 대표는 “정부지원으로 드론산업이 발전했다는데 대해 부정적이다. 여태껏 모든 사업이 시범사업이었다.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업에는 미치지 못했다. 말하자면 보여주기식이다. 드론을 활용해 매출을 일으킨다기보다 이슈를 만드는 수준의 정책이 지속되고 있다”며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을 구체화, 체계화하고 기업이 성장하는 구조를 짜임새 있게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드론산업을 지원할 때 국민수요를 충족하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국토교통부 첨단항공과 오원만 과장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분야에 드론을 활용해야 한다. 가령, 관할지역내 오염물질 배출을 단속한다든가 불법주정차를 단속하는 등 사람보다 드론을 활용함으로써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며 “시범사업을 본격지원으로 전환해 드론기계뿐 아니라 서비스까지 아웃소싱하면 드론산업 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국토교통부>

국토부 “드론의 폭넓은 활용과 안전 병행할 수 있도록 방안 강구할 것”

오원만 과장은 규제완화 요구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오 과장은 “드론산업육성법을 만드는데 있어 어디서나 드론을 띄울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거점별로 특정지역을 지정해 기업이 드론을 테스트하는데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할지를 고민 중이다. 규제해소도 중요하지만 안전도 중요하다. 자율주행차의 경우처럼 인명사고 발생으로 기술발전 자체에 찬물을 끼얹는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다. 드론의 폭넓은 활용과 안전이 병행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항공대 송용규 교수는 “드론은 장난감이 아니다. 항공기다. 항공공학적 요소가 다분히 포함된 기술집약체다. 비행제어와 통신, 센서, GPS 등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망라한다. 중소기업이 드론사업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달려들기 때문”이라며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데 그치면 발전은 요원하다. 원천기술을 익혀야 한다.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단계적이고 실효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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