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소상공인단체중앙회’를 설립한 정인대 초대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주변에 아직도 제 구실을 못하는 민생법률이 산재하다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최근 서촌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던 임차상인이 보증금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월 임대료 297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인상을 요구한 건물주를 폭행해 살인미수로 구속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번 사태는 임차상인의 영업권보다 건물주의 재산권보호만을 우선시하는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맹점이 빚어낸 구조적 비극입니다”

지난달 ‘중소상공인단체중앙회’를 설립한 정인대 초대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주변에 아직도 제구실을 못하는 민생법률이 산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2001년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 당시 법제화를 위해 상인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어렵게 상가임대차보호법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임대상인을 보호하기에는 부족함이 많고, 특히 세계 어디에도 없는 환산보증금제도는 임대인의 이익을 대변할 뿐인 악습”이라고 지적했다. 또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면 어쩔 수 없이 쫓겨나야 하는 임대상인들의 문제도 심각하다며, 국가적으로 시행중인 도시재생사업에서도 임대상인이 속절없이 쫓겨나는 사례가 부지기수로 발생할 것이라 우려했다.

1992년부터 상인회 활동을 통해 상인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서온 정 회장은 현재 (사)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이사장, 소공신용협동조합 이사장, 서울시 소상공인명예시장 등의 역할을 맡으며 서민금융지원과 상인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법정단체 가입절차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너무 까다로워

중소상공인단체중앙회는 법정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가 보호하지 못하는 영세중소상공인단체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그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설립됐다. 전국지하도상인연합회를 비롯, 한국귀금속가공업협동조합연합회, 시뮬레이션골프문화연합회,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 인테리어소비자연합회, 한국차양산업연합회, 인천소공인연합회, 서울광고홍보물협동조합 등 30여개 단체가 참여했다.

중소상공인단체중앙회는 법정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가 보호하지 못하는 영세 중소상공인 단체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그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설립됐다.   ©중기이코노미

정 회장은 영세중소상공인이 기존의 양 법정단체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그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가입 시도조차 못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출범한지 4년이 지났지만 회원 단체수가 60여개에 불과하다. 소상공인연합회가 700만 중소상공인을 대변하기에는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상공인들이 너무 많다는게 정 회장의 견해다.

“중소상공인단체중앙회는 외형적인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영세중소상공인단체라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법률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대기업의 횡포에 시달리는 단체를 돕기 위해서 민생연대와 같은 기능도 할 것입니다. 법정단체의 월회비는 수십만원이지만 중앙회의 월회비는 1만원입니다. 생업이 어려운 중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죠”

정권교체, 중소벤처기업부 승격에도 중기부 구태는 여전

정 회장은 정권이 바뀌고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됐음에도 중기부의 구태는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또 기존 법정단체의 눈치를 보는 중기부가 사단법인 승인도 쉽게 내줄 것 같지 않다며, 중앙회는 외연을 키워 정부지원 없이도 중소상공인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자생력을 먼저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중앙회는 중기부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중소상공인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정부부처와 유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중소상공인에 대한 규제완화 등을 강력히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존 법정단체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도 한다는 방침이다.

“중앙회는 앞으로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민생법률안을 깨울 것입니다. 특히 중소상공인의 민생을 외면하는 정당과 그들의 잘못을 분명하게 지적하면서, 대국민 홍보를 비롯 강력한 집회와 시위를 통해 정치권의 결단과 행동을 촉구할 계획입니다. 이와함께 실물경제를 피부로 느끼는 중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싱크탱크 기능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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