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품 앞에서 필요한 것은 침묵뿐이다.”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마크 로스코가 남긴 말이다. 미술사에 추상 계열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한지 한 세기 이상이 흘렀지만 아직도 대중에게 추상미술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침묵 속에서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건 누군가에게 즐거움일 수 있지만 다른 몇몇에겐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여전히 추상미술은 미술계의 중심점 어딘가를 지켜내고 있고, 국내에도 단색화라 명명된 추상화들이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우리는 왜 추상에 빠져드는 것일까? 동시대의 작가로서 자신만의 추상예술 구축을 위해 도전중인 작가가 있다. 바람이 만들어낸 추상을 기록하는 작가 신웅을 만나보자.

Q. 자신의 작품세계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저는 바람을 통해 바람을 이용해 바람을 그려내는 신웅입니다. 제 작업의 큰 맥락은 우리가 비주류라고 여기는 것들을 다시 재조명해서 그 가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제 모든 작업의 주 내용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Q. 작업노트를 보니 농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유가 있는지?

작가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저는 어떻게 하면 내 이야기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주변 것들을 찾아보며 고민하게 되었어요. 저희 집이 농사를 지어서 저는 농사일을 돕고 자연을 바라볼 때 많은 생각을 하고 영감을 얻는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농작물도 처음 만개했을 땐 모두가 관심을 갖지만 그게 시들어갈 때 함께 배제되어가는 관심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들을 위한 위로가 담긴 작품을 그려보고자 하였고 그게 우리에게도 공감과 위로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 농작물이란 소재에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Q. 주로 추상적인 작품이 많은데, 감상자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푸른색이 주조인 최근 추상작업은 누구나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잊게 되는 것들에 대한 분출, 확산의 상징으로 표현된 것이 있어서 그런 감정을 느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색조 때문에 시원하게 느껴진다고 얘기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데 각자 느껴지는 대로 받아들여 주셔도 좋고요.

Q. 표현 방식이 독특하다. 작품 제작 방식을 소개해 준다면?

물감을 캔버스에 얹고 콤프레셔를 이용해서 퍼지거나 흐르는 형상을 끌어내고 있어요. 물감의 되고 안되고의 차이에 따라서 퍼짐의 형태가 많이 달라지다 보니 다양한 테스트 끝에 찾아낸 결과물들입니다.

Waves rise in the wind, Oil on canvas, 72.7x90.9cm, 2017

Q. 기법에서 흐름을 이용했던 윌리엄 모리스나, 배어남을 활용한 김환기가 떠오른다. 본인 작품에 영향을 준 작가가 있는가?

좋아하는 작가로 답변한다면 제게 작가로서의 꿈을 주었던 김주현 작가와 김신일 작가를 이야기하고 싶네요. 두 분 밑에서 어시 작가로 일을 했었는데 작업과 삶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작가로서 꿈을 이어가 보고 싶다는 마음을 키워갈 수 있었기 때문에 제게 큰 영향이었던 것 같아요.

Q. 현재 자신을 대표하는 작품을 한 점 소개해달라.

‘Waves rise in the wind’를 소개하고 싶어요. 이 작품은 녹아내리는 빙하에 대한 추상적 표현으로 인간에 의해 변화되어 가는 환경, 사회 문제를 상징적으로 담아 표현한 작품이기도 해요. 보통 보시는 분들이 물감에 집중을 하시는데, 제가 오히려 집중한 건 물감의 뒤쪽으로 보이는 흰색 배경 부분이에요. 이 표현들이 빙하가 흘러내리는 이미지를 색감 사이사이의 형상들을 통해 표현한 것이라서 유심히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추상적인 최근 작품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the inner side’ 시리즈의 표현적 초상화도 좋았다. 간단히 시리즈를 소개해줄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저는 주류보다 비주류로 여겨지는 것들의 가치를 이끌어 내는데 늘 관심을 가져왔는데, 어느 날 아버지의 얼굴을 보다 보니 미소 짓는 아버지의 얼굴 주름이 애잔하면서도 너무 아름답다고 느껴졌어요. 보통 얼굴에서의 주류는 눈, 코, 입을 생각하게 되는데 비주류에 해당하는 주름들을 보다가 ‘우리는 결국 나의 삶을 내 몸에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자신의 행동, 감정, 습관들이 쌓여서 하나하나의 주름이라는 선이 새겨지는 과정이 결국 주름을 통해 삶이 새겨진 형상이라 생각되어 제작했던 인물 작업이었어요.

Q. 신예 작가로서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작가로서의 고민은 있을 것 같다. 현재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힘들었던 건, 저는 확고한데 가족이나 친구들이 많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부분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수익으로 바로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그런 현실적인 부분에서 오는 고민들이 많이 있었어요. 마음은 빨리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은 조급함이 있는데 현실적 결과물이 없다 보니 그랬었죠. 지금은 많이 털어냈는데 조급함은 많이 사라졌지만 경제적인 고민은 여전히 남아있긴 해요.

Q. 앞으로 작가로서의 계획이 있다면?

최근 단원미술관에서 진행된 지역 교류전에 참여하면서 많은 작가들 속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그리고 싶은 게 너무 많아졌어요. 그래서 다음 작업은, 제 작업을 보실 때 구상과 추상 작업을 구분해서 많이 보시는데 이를 조합하는 형태의 좀 더 재미있고 대중에게 다가설수 있는 작업들을 연구해보고 있어요. 좋은 작업이 나올 것 같아서 저도 스스로 기대하고 있고, 저는 꾸준히 작업을 할 거니까 이런 작가가 있다고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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