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유리창 안쪽에 페인트를 바르고, 건물 안쪽에서 빔프로젝터를 투사하면 반대편, 즉 바깥쪽에서 선명한 영상을 볼 수 있다. 페인트팜㈜이 개발한 ‘S페인트’는 매장 유리에 페인트를 바르는 것만으로도 유리면을 디지털사이니지로 활용할 수 있는 신시장을 개척했다.

레드오션인 페인트사업에서 틈새시장을 개척하다

김학정 대표가 유리파티션에 S페인트를 도포해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페인트팜 김학정 대표는 페인트 시공·판매업을 하는 부모님의 일을 8년간 도왔다. 오랫동안 아날로그 방식으로 영업을 하던 사업에 변화를 주기 위해 페인트 쇼핑몰을 창업했다. 기존 페인트 메이커 제품의 시공 동영상을 찍어, 홈쇼핑에 올리고 제품을 판매하는 페인트 쇼핑몰은 이용자들에게 쉬운 시공방법을 제공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기존 페인트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생각한 김 대표는 특수페인트라는 틈새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벽면에 바르면 칠판이 되는 칠판페인트 등과 같은 특수페인트가 나오지만, 아직 가격이 비싸거나 해외에서만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자신만의 특수한 페인트를 개발해 시장을 개척하고 싶었다.

“페인트산업은 굉장한 레드오션입니다. 새로운 제품 개발도 잘 이뤄지지 않고, 기존 제품만 판매하는 구조인 것이죠. 페인트업계에서 스타트업이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국내 페인트시장은 노루표·제비표·KCC 등 5대 메이커가 나눠 가진 상황이다. 또 국내 페인트업계가 수출을 하는 경우도 드물다. 대부분의 페인트기업은 해외에서 원료를 들여와 내수용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특수페인트 등은 수입해오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페인트 수출을 해보자는 역발상을 했다. 특수페인트를 작은 용량으로 제작해 수출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중국 북경의 한 안경점에 S페인트를 시공한 모습(사진 위)과 대만의 한 식당 유리창에 S페인트를 시공하고 광고를 송출하는 모습.<사진=페인트팜>

시공과 제거 편리, 광고·홍보도 가능…디지털사이니지

변화가 거의 없는 페인트산업이라는 배경도 틈새시장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 됐다. 좋은 기술이 나오면 빠르게 유사기업이 생겨나는 IT산업과 달리, 특수페인트산업엔 경쟁자가 없었던 것도 매력적이었다. 김 대표는 2015년 페인트팜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개발과 영업을 시작했다.

“페인트산업은 관련분야에 종사하던 사람이 수성용 페인트 시공·판매에 직접 뛰어드는 경우는 있어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시작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수성용 페인트는 시장은 크지만 이미 대기업이 장악했고, 특수페인트시장이라면 큰 규모의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대기업이 진출할 염려도 없습니다.”

페인트팜의 S페인트는 페인트를 바르기만 하면 건조되면서, 로러자국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셀프레벨링 기능이 있어 작업이 쉽다. 또 칠해진 페인트가 더 이상 필요가 없을 때는 물만 뿌려 손쉽게 제거도 할 수 있어, 외국에서는 ‘인스턴트 디지털사이니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매장유리를 통해 광고·홍보가 가능하고 설치와 제거가 쉽기 때문에 단기간 이벤트를 할 때 효과적이다. 새로 문을 여는 매장의 경우 공사기간동안 유리면에 S페인트를 도포해 오픈광고를 하면, 지저분한 내부 공사모습을 가리면서 홍보효과도 볼 수 있다.

대전의 한 의류매장. 유리창을 이용해 매장 문을 닫는 밤 시간에도 각종 홍보를 할 수 있도록 했다.<사진=페인트팜>

신개념 페인트 ‘S페인트’에 관심 집중…투자·수출길 열어

2015년 페인트팜 법인설립후 S페인트는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 전시작으로 선정돼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을 보였다. 또 같은해 KAIST 산학협력단 창업맞춤형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됐고, 해외전시회 등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에는 벤처기업으로 인증을 받으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억8000만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10억원도 지원받았다.

페인트팜은 현재 60여개국에 S페인트를 수출하고, 총판을 둔 곳만 20개국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3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는 해외전시회 등을 통해 S페인트를 알리고 샘플제품을 보내 거래선을 확보하는 단계였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수출을 통해 2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학정 대표는 새롭게 런칭한 ‘M페인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 M페인트는 벽에 바르면 벽이 화이트보드가 되는 특수페인트다. 빔프로젝터를 투사해 화면을 보여주면서 판서도 가능해, 스마트오피스나 대학을 비롯한 학교·학원 등 더 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S페인트는 스크린 페인트의 약자다. 평범한 유리창 안쪽에 페인트를 바르고, 건물 안쪽에서 빔프로젝터를 투사하면 반대편, 즉 바깥쪽에서 선명한 영상을 볼 수 있다.<사진=페인트팜>

“페인트팜의 비전은 디지털사이니지 플랫폼 되는 것”

김 대표가 특수페인트 사업을 하면서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가 S페인트를 통해 만든 디지털사이니지에 들어갈 콘텐츠의 다양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다. 페인트팜이 특수페인트 판매와 시공, 빔프로젝터 렌탈, 설치까지 모두 도맡지만, 고객의 다음 요구사항은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특수페인트에 대해 고객들은 대체적으로 아무 것도 몰랐거나, 아무 것도 하기 싫어했습니다. 저희가 프로젝터와 영상제어, 그리고 영상제작까지 직접 서비스를 시작하니 고객들이 반응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김 대표의 비전은 디지털사이니지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페인트팜은 현재 페인트 제조, 판매, 시공, 빔프로젝터 렌탈, 동영상제작 등 모든 과정을 직접한다. 하지만 향후 페인트팜을 통해 관련업체와 고객들이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플랫폼의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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