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주식회사와 함께 만드는 강소기업②]주부라면 누구나 도마 위에서 김치를 썰 때마다 국물이 밖으로 흘러 난감한 순간이 있다. 주부의 경험으로 개발된 '더블세이브 S도마'는 일반도마와 달리 도마에 구획을 나눠 국물이 흐르는 것을 방지하고, 자른 식재료를 담아 냄비에 쉽게 넣을 수 있는 기능을 더했다. 120℃ 온도에서도 제품 변형이나 변색이 없어 식기세척기를 사용하거나 끓는 물 소독도 가능하다.

생활 속 불편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제품. 제이엠그린의 이정미 대표가 개발자다.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이 대표의 삶을 바꾼 건 IMF외환위기와 함께 찾아온 남편사업의 위기로 생업에 나서면서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했지만, 경력단절후 직장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그러던 중 평소 가사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이 떠올랐다. 생활 속 불편함을 덜어주는 제품을 개발해보자고 생각했다.

“월세조차 내기 어려운 시절이었죠. 밤이면 남몰래 눈물을 흘리다, 어느 날 잠든 아이들 모습을 보니까 엄마가 무너지면 안되겠다, 뭐라도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전문지식도 자본도 없고 아이디어뿐이었지만 아이디어를 사업화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다녔죠”

생업전선에 뛰어들며 발명시작 ‘알알이쏙’ 대히트

직장생활을 하며 매월 10만원씩 돈을 모았다. 돈이 모아지면 특허출원을 하고, 정부의 시제품 지원사업을 찾아다니며 시제품 제작도 숱하게 했다. 생활용품부터 자동차용품, 산업기계까지 특허 등 지식재산도 80여개가 축적됐다. 이 대표는 생명과 직결된 자동차 안전제품이나, 까마귀로 골치를 앓는 지역을 위해 조류퇴치기 등을 개발하고 상용화하고 싶었지만, 너무 많은 자금과 인력이 필요했다. 대신 이 대표는 비교적 쉽고 빠르게 제품화할 수 있는 생활용품으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주부들 사이에서 대히트를 친 ‘알알이쏙’이다.

“주부로 생활하면서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마늘을 저장하는데 불편함이 많더라고요. 다져서 얼려놓으면 덩어리져 사용하기 힘들고 매번 다져쓰기도 어렵죠. 얼음틀에도 얼려봤지만 내용물이 잘 빠져나오지 않아 역시 불편했죠. 그러다 아이들이 먹는 쭈쭈바에서 착안해 제품을 개발했어요”

'더블세이브 S도마'는 일반도마와 달리 도마에 구획을 나눠 국물이 흐르는 것을 방지하고 자른 식재료를 담아 냄비에 쉽게 넣을 수 있는 기능을 더했다.<사진=제이엠그린>

알알이쏙은 얼음틀에 실리콘을 사용해 아랫부분을 누르면 내용물이 깔끔하게 빠져나오는 구조다. <사진=제이엠그린>

가정에서 손쉽게 식물을 키울 수 있는 ‘플라워팟’ <사진=제이엠그린>

알알이쏙은 얼음틀에 실리콘을 사용해 아랫부분을 누르면 내용물이 깔끔하게 빠져나오는 구조다. 테두리는 단단한 재질로 만들어 틀이 쳐지는 것을 보완했다. 얼음틀에 뚜껑을 만들어 위생적이고, 적층할 수 있는 홈을 이 있어 다단보관이 용이하다. 사이즈도 다양해 마늘뿐 아니라 음식재료, 양념·육수·이유식 등 다양한 재료를 간편하게 보관해 사용할 수 있다. 알알이쏙은 주부들 사이에서 유명해졌고 방송과 언론을 통해서도 소개됐다. 2011년 제이엠그린을 설립한 이 대표는 2013년 벤처기업으로 등록하고, 2014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제품을 전시했으며, 2015년에는 제50회 발명의 날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알알이쏙은 국내인기에 힘입어 일본, 대만, 미국, 호주, 싱가폴, 중국 등 1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 경기도주식회사를 만나 디자인에 날개 달다

최근에는 밀폐기능을 강화하고, 슬라이드바로 쉽게 보관날자를 표시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 된 알알이쏙 플러스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알알이쏙이 인기를 얻으면서 유사제품들이 많이 나왔다. 이 대표는 알알이쏙에 이어 시장에서 따라 할 수 없는 신제품을 개발했다. 더블세이브 S도마가 제이엠그린의 새로운 주력제품이다. 가정에서 손쉽게 식물을 키울 수 있는 ‘플라워팟’ 제품도 반응이 좋다.

이정미 대표가 1인 창조기업 창업 성공 사례 스토리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이엠그린>

그동안 제품의 품질과 실용성에 주력했던 이 대표에게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깨운 계기였다. 디자인 개선 결과 주구매층이 40~50대 주부뿐 아니라 20~30대 젊은 연령대까지 넓어졌다. 최근 변화하는 트랜드에 맞춘 북유럽 스타일의 색감도 개발했다. 프롬헨스와 함께 개발한 다크그레이 컬러로 출시한 제품은 실제로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유럽 수출을 앞두고 있다.

“지금도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넘쳐납니다. 아직은 제품 단가가 낮아서 수익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매출이 더 쌓이면 사고를 막거나 생명을 살리는 자동차용품이나 산업용기계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싶습니다. 또 제품을 개발하고 창업을 하려하는 후배 사업가들을 돕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진정으로 보람되고 아름다운 일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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