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위기를 맞았다. 6·13선거 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놓고 경영계요구를 수용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선거가 끝나자, 노동·시민사회와 거리를 두면서 기업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집권여당의 6·13선거 압승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와 호응이 가장 큰 요인이다. 또 다른 측면에선 선거가 여당의 승리로 끝나면, 살림살이도 좀 나아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도 있었다. 그럼에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기업프렌들리를 외치는 더불어민주당, 노동·시민사회를 토사구팽하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예년보다 많이 오른 최저임금을 두고 시행 전부터, 극우·보수 야당과 보수언론은 자영업자 줄도산을 거론하며 저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 간 대립을 부추겼다. 최저임금인상이 실업률을 가중시킬 것이란 경고도 수없이 내놨다. 이때까지만 해도 최저임금인상이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론에 힘을 실어줬던 여당이다. 정부도 나서, 최저임금 1만원은 지난 대선 당시 주요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이라고 반박했다.

집권여당과 정부의 기조가 변하기 시작한 건 지방선거를 한달 앞둔 시점부터다. 보수언론은 5월 발표된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며, 최악으로 치닫는 청년실업률과 심화된 소득불평등의 직접 원인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또다시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다면 경제가 몰락할 수 있다는 협박도 공공연히 했다. 보수언론의 공세가 통했는지, 정부와 여당은 최저임금위원회 소집에 즈음하여 경영계 요구를 대폭 수용해 최저임금법 개정안 국회통과를 주도했다. 

청년실업이 최악이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진단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최저임금인상 때문이란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보수언론과 극우·보수 야당이 ‘최저임금 탓’이라고 주장해도, 올바른 원인을 규명한 후 소득주도성장론을 보완하자고 해야 하는게 여당과 정부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여당과 정부는 백기투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득주도성장론 사수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보수언론과 극우·보수 야당이 극성을 떠는게 당연하다. 대통령이 참모진 일부를 개편하자마자, 이들은 득달같이 나서 소득주도성장론을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청와대내 소득주도성장론 컨트롤타워인 장하성 정책실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까지 요구했다. 이를 방어해야 할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는 오히려 경제단체 수장들을 만나 기업에 협조하겠다고 자세까지 낮췄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로 요약된다. 소득주도성장에서 임금인상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청년실업·내수경기침체·자엽업자와 중소기업의 경영난·계층간 소득불평등 심화·대중소기간 극심한 양극화 등 우리경제의 산적한 문제들은 자본을 움켜쥔 재벌대기업의 독과점구조에서 비롯된 결과다.

성장의 과실을 재벌대기업과 일부 기득층이 독점하는 수탈적 산업생태계를 방치하고, 노동자와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우지 못하는 성장. 그런 성장은 지탱될 수도 없거니와 필요한 성장도 아니다. 최저임금인상 6개월 만에 이렇게 흔들려서야 소득주도성장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6·13선거에서 여당은 강한 힘을 가져야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며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들은 이런 여당의 요구에 압도적 지지로 화답했다. 국민들이 집권여당에 강한 힘을 준 이유는 억지와 궤변을 일상으로 하는 극우·보수 야당만을 제압하란게 아니다. 

재벌대기업의 탐욕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일. 국민의 호주머니를 채우기 위해서 소득주도성장이 본궤도 오를 수 있도록 당력을 집중하는 일. 이런 일을 하라고 국민들이 강한 여당을 만들어 준 것이다. 최저임금인상을 둘러싸고 여당과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협화음. 6·13선거 전에 자신들이 국민들에게 한 약속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았으면 한다.